경제·금융 금융가

코로나發 기업 대출 과속...금융권 '부실 뇌관' 되나

[대한민국 부채 리포트]

4월기준 기업대출 1년전보다 10%↑

5~6월도 중기·자영업 중심 11% 늘어

관리산업 추가 선정·여신심사 강화

은행들 전방위 건전성 관리에 돌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대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경기침체 장기화가 금융권의 연쇄 부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부진에 더 취약한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이 대부분인 비은행은 이미 연체율이 급등하며 금융권 리스크의 잠재적인 전파 경로로 부각됐다.

은행들은 하반기부터 대출 관리가 필요한 업종을 대폭 늘리고 전방위적인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관련 각종 금융 지원 조치가 끝나면 미뤄둔 부실이 일거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팽하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정기 산업 평가와 대출 건전성 등을 고려해 하반기 여신 관리대상산업을 추가 선정했다. 관리산업이 되면 영업점 전결로 내줄 수 있는 대출액이 줄고 운전자금 한도가 축소되는 등 대출 심사·집행 때 제약을 받는다.


A은행은 항공·여행서비스업과 공연시설운영업을 하반기부터 관리산업으로 추가 선정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들이다. B은행도 상반기 146개였던 세부 관리업종을 하반기 170개로 늘렸고 C은행은 코로나 관련 취약 업종은 물론 제조업에 대해서도 여신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은 자동차 부품업이나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경쟁력이 쇠퇴한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요식업·숙박업 등은 코로나19가 끝나면 살아날 수 있지만 오히려 제조업이 걱정”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일단 다 살리라’는 입장이라 지원을 안 할 수 없지만 일시적 자금난이 아니라 근본적인 한계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구분을 지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은행들이 이처럼 건전성 관리 강화에 나선 것은 기업대출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며 ‘과속’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970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4% 늘었다. 글로벌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5~6월에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중심으로 기업대출이 각각 11.3%, 10.8% 더 늘었다.

이미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대출 과속은 향후 신용 리스크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상승한 회사는 6곳에 그친 반면 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18곳에 달했다. 상향 기업 수를 하향 기업 수로 나눈 등급 상·하향 배율은 0.33배로 지난해 0.61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한은은 최근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실물경제 부진이 지속되면 최근 크게 증가한 대출의 잠재 리스크가 현재화되면서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대출이 많이 늘면서 부실 위험도 커졌지만 상환 유예 때문에 금융기관들의 변별력이 없는 상태”라며 “아직 연체율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선제적 대응을 위해 건전성 관리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상호금융·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 등 비은행 부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1·4분기 기준 비은행 기업대출 321조7,000억원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기 부진에 취약한 중소법인(169조3,000억원)과 개인사업자(120조5,000억원) 대출의 비중은 90.1%에 달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이들 기업의 대출 부실화가 금융기관의 신용 리스크로 이어질 위험이 그만큼 크다. 특히 전체 비은행 기업대출의 절반(50.9%)을 차지하는 상호금융은 1·4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이 3.2%로 대출 만기연장 조치에도 불구하고 1년 전(2.5%)보다 훌쩍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이 끝나고 나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채로 부채를 막는 현 상황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