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 상용화를 압박한 정부 방침에 맞춰 시장흥행에 팔을 걷어붙였던 이동통신사들이 뒤통수를 맞았다. 이통사들이 대거 보조금을 풀어 5G 흥행의 불씨를 살렸는데 당국이 불법보조금이란 낙인을 찍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래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매겼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내 대형 3대 이통사에 총 512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단통법 위반 관련 과징금 최대 기록(2018년 1월 506억원)을 뛰어넘은 규모다. 이번 업체별 과징금 부담액은 SK텔레콤 223억원, KT 154억원, LG유플러스 135억원이다. 방통위는 차별적 지원금을 지급한 125개 유통점에도 총 2억7,2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3대 이통사가 총 119개 유통점에 공시지원금보다 평균 24만6,000원의 지원금을 불법으로 초과지급했다고 판단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저가요금제보다 고가요금제 고객에게 평균 29만2,000원의 지원금이 더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에 대한 차별적 행위라는 게 방통위의 분석이다.
방통위는 3대 통신사가 유통점의 단통법 준수 여부에 대한 감독 및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았다. 아울러 이통3사가 신규가입 및 고가요금 가입을 유도하도록 과도하게 차별적인 장려금 조건 등을 내걸었다고 방통위는 진단했다.
이 같은 과징금 규모조차도 다소 감경한 수준이라는 게 방통위측의 분위기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통위의) 조사 후 이통사가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한 점,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점, 자발적으로 재발 방지 조처를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을 감경했다”고 말했다. 이통 3사도 공식적으로는 방통위의 방침을 수용하고 재발방지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통3사는 내심 씁쓸해하는 분위기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업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우리 업계에 대규모 망투자 조기 집행을 압박해 초기 수익성이 불확실한데도 앞장서서 투자에 나섰다”며 “더구나 상용화 초기엔 커버리지와 콘텐츠가 미흡해 상대적으로 요금과 출고가격이 비싼 5G폰을 사려는 수요가 적어서 지원금을 대거 풀지 않으면 5G를 흥행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정작 이런 노력을 하고 나니 과징금을 맞는 상황이 됐다”며 하소연했다.
한편 3대 이통사는 앞으로 유통점에 대한 운영자금과 생존자금, 중소협력업체 경영펀드, 네트워크 장비 조기 투자 등을 위해 7,1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단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민병권·오지현 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