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금값이 뛰는 이유 5가지…추가 상승, 인플레이션에 달렸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상반기에만 금 ETF에 395억달러 유입

연준의 무제한 QE에 인플레이션 확률↑

돈 많이 풀어도 물가 안 오를 가능성도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를 넘어 계속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를 넘어 계속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금값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0.6%(10.70달러) 오른 온스당 1,820.60달러에 마감했는데요. 4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으로 9년 만의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값이 올 들어 약 20% 오르면서 2011년 8월의 사상 최고치 1,891달러에 근접하고 있다”며 “상반기에만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395억달러가 유입됐다”고 했습니다. 금값은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경기침체, 저금리, 인플레, 약달러 등 겹쳐
크게 5가지 이유를 뽑을 수 있겠습니다.


①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② 저금리

③ 사실상 마이너스인 미 국채 수익률

④ 인플레이션 우려

⑤ 달러 약세


기본적으로 금은 안전자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경기침체에서는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련기사



두 번째는 저금리인데요. 미국의 기준금리가 0.00~0.25%로 제로금리입니다. 이자수익을 얻기가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이는 미 국채와도 연관이 되는데요.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QE)에 사상 최저 수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10년물 미 국채만 해도 연 0.6%대에 그치고 있는데요. 올해 미국 물가상승률이 1% 정도라고 보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셈입니다.

삭소 은행의 올레 핸슨은 금의 상승 이유에 대해 “우리는 코로나19에 퍼펙트 스톰을 보게 됐는데 그것이 기본적으로 좋은 기회”라며 “현재 미국 국채의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고 더 마이너스 영역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증시 보험론’을 제기하는데요. 그는 “증시가 엄청나게 오르면서 일종의 보험으로 투자자들이 금을 찾고 있는데 채권은 보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증시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분산투자 개념에서 금을 찾는데 같은 안전자산인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큽니다. 연준이 돈풀기에 나서면서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는 것인데요.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죠. 달러 약세도 한몫합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금을 더 선호한다는 말인데요. 지난달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향후 달러화가 35%가량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고 JP모건은 어느 정도 약세(mildly bearish)를 보일 것으로 점쳤습니다.

내년에 인플레이션 온다...금값, 6~12개월 새 2,000달러 가능성
이중에서 월가가 관심 있게 보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전례 없는 연준의 돈풀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인플레이션이 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건데요. 물론 아직까지는 일부 식료품과 주가 외에는 물가상승은 없는 상황입니다. 높은 실업률 때문에 물가가 오를 수 없다는 지적도 있고요.

하지만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워낙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보니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첫째 주 이후 미국의 좁은 의미의 통화량(M1)이 무려 34%나 급증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의 17%의 두 배에 달합니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나는 지금과 같은 연준의 확장을 2차 대전 이후 보지 못했다”며 “지금은 단지 시작이다. 앞으로 더 부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내년부터는 사람들이 계좌에 있던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매우 강한 소비지출이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커질수록 금값은 더 뛰게 될 것입니다. 아직 미국 경제의 회복이 갈 길이 멀고 연준의 유동성 지원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확률은 계속 높아지는 셈이죠.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도 금수요를 부채질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로이터연합뉴스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도 금수요를 부채질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추가 상승을 점치는 이들도 많습니다. 반에크 인터내셔널 투자 골드펀드의 조 포스터는 “금융위기 이후보다 더 큰 경기부양이 나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금가격이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2,000달러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금값이 3,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합니다. 연준이 돈은 찍어내도 금은 찍어낼 수 없다는 논리인데요.

다만, 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그 수준이 관건이겠습니다. 최근에는 돈을 많이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연준은 2022년까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