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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옵티머스 이혁진 “대통령 순방, 자비로 따라가... 고위 당국자에게 억울함 호소”

해당 관계자 "행사장 만남·대화 기억도 안나.. 그런 얘기할 분위기도 아냐"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설립자 이혁진(53) 전 대표가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행사에 동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 전 대표가 “금융위원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에게 옵티머스에서 발생한 불법을 알리기 위해 자비로 따라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선일보가 대통령 순방 행사에서 이 전 대표가 찍은 사진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미래통합당 등 야권은 청와대를 향해 이 전 대표가 순방 행사에 동행한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5,000억원대 펀드 사기’ 의혹으로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당시 이 전 대표로부터 운용사를 강탈하고 펀드를 불법적으로 운용했다는 문제를 제기하러 갔다고 이 전 대표가 직접 밝힌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만났다는 고위 관계자는 “해당 행사장은 그런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으며 만난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 만나 사실관계 설명"
9일 이 전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문자인터뷰에서 “2018년3월21일 열린 옵티머스 자산운용 임시주주총회에서 김 대표가 용역을 동원해 저를 주총장에서 끌어내고 회사를 강탈했다”며 “다급했던 저는 금융위 고위 관계자가 다음날 예정된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다고 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급히 좇아갔다”고 했다.

이어 “베트남 행사장에서 현지 교민 사업가인 것처럼 입장해 금융위 고위 관계자에게 김 대표의 경영권 찬탈이 부당하다는 것과 대주주 변경 승인이 절대로 불가하다는 것을 설명했다”며 “UAE에도 순방단을 따라갔으나 그곳에선 틈이 나지 않아 당국자들을 접촉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와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한다.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쫓겨났다고 주장하는 옵티머스 임시주주총회 당시 회의장 안내문./이혁진 대표 제공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쫓겨났다고 주장하는 옵티머스 임시주주총회 당시 회의장 안내문./이혁진 대표 제공


이 전 대표는 김 대표 측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의 기금을 유치해 운용한 ‘레포펀드’를 성지건설 인수 용도로 부당하게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포 펀드는 신용등급 AAA의 은행채 중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신용등급이 없거나 최하였던 법인의 사모사채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이날 만남 이후 금융위로부터 “피드백을 따로 받은 것은 없다”고 했다. 또 옵티머스의 대주주 변경도 2018년7월에 완료되면서 이 전 대표가 기대했던 바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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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이나 대화에 대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같이 사진을 찍은 것조차 전혀 기억이 안 나지 않는다”며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이 장관들과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으며 그러한 이야기를 할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옵티머스란 말을 이번에 기사에서 처음 봤다”며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직원들에게 알아보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해당 관계자는 순방단에 포함되지도 않았었다고 한다. 별도 일정이 있어서 베트남에 갔다가 당일 행사에 참여했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 전 대표가 이 관계자의 순방 사실을 알고 따라갔다는 말은 맞지 않다.

검찰 수사 중에 출국 의혹.."출국금지 아니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횡령과 상해 등 형사사건 여러 건에 연루된 상태였다. 이에 그가 출국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권의 누군가가 손을 써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전 대표는 순방 행사 직전 12억원 횡령 고소 사건으로 수원지검에서 조사도 받은 상태였다. 당시 출국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일방적인 고소였고 출국금지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순방 행사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현재 이 전 대표는 미국에 거주 중이다. 금융위는 2018년8월 이 전 대표가 70억원을 횡령했다고 보고 조사를 시도했지만 이 전 대표가 부재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기소중지된 상태다. 그는 다시 외국으로 나간 이유에 대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미국 사람들에게 김치가 훌륭한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보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발생한 옵티머스 사태는 김 대표가 경영권을 빼앗아 간 뒤 일어난 것이기에 자신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여 자금 흐름을 추적하여 전부 환수되길 바라며 저 또한 협력하겠다”라고 했다.

경문협에서 이사 선출…당시 이사장은 임종석
한편 이 전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서울 서초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이 있다. 또 그는 지난 2006년3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이사로 선출됐는데, 이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부이사장)·우상호(등기이사) 의원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다만 이사 취임 전인 2006년 6월 무렵 비영리공익법인에서 일하기에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인해 이사로 정식 등기하기 전에 선임이 취소됐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한양대 경제학과 86학번으로 임 전 비서실장과 동문이기도 하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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