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0시 20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 7시간 여만이다.
박 시장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최초로 접수된 시각은 전날 오후 5시 17분이었다. 박 시장의 딸이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취지로 112에 신고했다.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성북구 길상사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을 토대로 북악산 자락인 길상사 주변과 와룡공원 일대부터 주변을 집중 수색했다. 북악산 팔각정과 국민대입구, 수림 지역에서도 수색이 진행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후 5시 30분부터 대규모의 인원과 장비를 투입해 수색을 벌였다. 투입된 인원은 경찰 635명, 소방 138명 등 총 773명이다. 수색견 9마리와 야간 열 감지기가 장착된 드론 6대, 야간 수색용 장비인 서치라이트 등도 동원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9일 오전 10시 44분께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에서 나와 외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시장은 집을 나서기 전 공관에 유서 성격의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유서의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박 시장은 등산로와 연결된 와룡공원에 10시 53분께 도착한 모습이 포착됐다. 공원을 지나서부터는 CCTV가 없어 정확한 동선이 확인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외출 당시 검은 모자를 쓰고 어두운색 점퍼와 검은 바지에 회색 신발을 착용하고 검은 배낭을 메고 있어 등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이는 차림이었다.
박 시장은 사망 당일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출근하지 않은 뒤 연락이 두절됐다. 서울시는 이날 앞서 박 시장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당일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오전 10시 40분께 공지했다.
박 시장은 당초 이날 오후 4시 40분에 시장실에서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서울-지역 간 상생을 화두로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또 일부 의원들과 이날 아침에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박 시장이 몸이 아프다고 해 모임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시장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비서 A씨로부터 최근 경찰에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사망과 피소가 연관성이 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A씨는 전날 경찰에 출석해 고소장을 제출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박 시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당했고,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받았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소 여부 등 관련 사실에 관해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박 시장의 시신은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한민구·심기문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