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7시간 여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박 시장을 향한 정치권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지지자들은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의 ‘신상 털기’에 나서 2차 가해 우려가 나온다.
10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 시장의 죽음을 성추행 피해자인 전직 비서의 책임으로 돌리는 듯한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물 내용을 보면 1차 가해가 없으니 2차 가해도 아니라거나, 고소인의 신원을 파악해 위협을 가하겠다는 식의 내용이 있어 추가 피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비서실에는 모두 XX명이 근무, 이제 고지가 보인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를 찾기 위해 서울시청에 공개돼 있는 열람가능자료를 뒤지고 있다며 “곧 찾을 것 같다. 같은 여자로서 그 분 참교육 시켜줄 것”이라고 적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뿐 아니라 SNS에서도 박 시장 전직 비서로 추정되는 여성을 비방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지지자는 “검찰은 무고죄 여부와 배후를 수사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또 다른 지지자는 “고소장을 넣은 여성 피의자를 색출해 무고죄로 고발하고 신상공개를 요청하자”고 했다. 한 네티즌은 “(성추문이) 확인도 안 된 일방 주장”이라며 “(고소인이) 죗값을 치러야한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사태가 확산하자 경찰은 고소인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 고소인이 요청하면 최선을 다해 신변보호에 나설 것”이라며 “임시거처를 마련하거나, 위치추적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의 방안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전날 오후 5시17분쯤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은 뒤 7시간 동안 수색작업을 펼쳐 이날 0시 1분쯤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박 시장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박 시장 동선을 파악해 변사사건 수사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박 시장의 가방과 핸드폰, 소지품 일부가 발견됐다. 이어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사를 해봐야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타살 혐의점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서 심도 깊은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자살 흔적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종합적으로 감식 중에 있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고려해서 저희들이 확인해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답을 아꼈다.
한편 경찰은 박 시장 시신을 소방구조견이 먼저 발견하고 뒤따르던 소방대원과 경찰 기동대원이 함께 확인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전날 오후 공관을 관리하는 시청 직원이 박 시장의 책상에서 발견했다. 박 시장은 유서에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적었다. 이어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끝을 맺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사망장소까지 도보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은 “도보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지만 좀 더 동선을 면밀하게 수사를 해 봐야 정확한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이 공관에서 공원 입구까지는 택시를 이용해 이동하고 이후 도보로 산속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박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전직 비서가 고소한 성추행 사건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는 지난 8일 ‘박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7년 이후 성추행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신체접촉 외 휴대폰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개인적 사진을 수차례 전송했고, A씨는 이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