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변양호(사진) VIG파트너스 고문이 10일 한국 경제가 각종 규제와 반기업정서로 시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 정부가 성공한 역사가 없는 반시장경제적인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며 시장경제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변 고문은 이날 ‘시드는 경제, 회복될 수 있나’를 주제로 열린 안민정책포럼 조찬세미나에서 “한국 경제가 시드는 이유는 복지가 미흡하고 불공정한 것도 있지만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자유가 없는 것이 원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능력을 발휘하도록 자유를 주고,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면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 고문은 대표적인 사례로 고용을 꼽았다. 고용주 입장에서 해고가 쉽지 않으면 사람을 더 고용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논의가 진행 중인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임금도 생산비용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리면 줄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가 없는 이유로는 관료의 보신주의, 과도한 시민단체 요구, 반기업정서 등을 거론했다. 그는 “공(功)은 생각하지 않고 사고가 났을 때 책임만 묻다 보니 관료가 잘 움직이지 않는 사회가 됐다”고 꼬집었다. 책임질 일은 하지 말자는 공무원 보신주의를 일컫는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을 지적한 것이다. 변 고문은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 매각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4년이 넘는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변양호 신드롬은 이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변 고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일자리 창출과 산업 육성을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능력도 부족하면서 무엇이든지 하려고 하니까 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변 고문은 “현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어려운 사람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반시장 방식을 너무 선호하는 것 같다”며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자꾸 칸막이를 쳐서 성공한 역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변 고문은 외환위기 당시 국제금융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외채협상 실무를 맡았고 지난 2001년부터 3년 동안 금융정책국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