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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폐암도 피 한방울로 30분 만에 선별 '성큼'

최연호 교수팀, 환자 선별 민감도 84%

나노·AI기술 활용…5개 병원서 검증키로

나노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피 한 방울로 약 30분 만에 초기 폐암 환자까지 선별할 수 있는 새 기법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고려대 최연호(바이오의공학부)·김현구(고려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팀은 혈액을 이용해 폐암 환자를 환자로 선별하는 민감도를 기존의 50% 수준에서 84%로 높이고 폐암의 진행 단계까지 예측할 수 있는 새 진단기법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정상인 20명과 비소세포폐암 1~2기 환자 43명의 세포배양액에서 엑소좀을 분리했다. 혈액 속을 떠다니는 엑소좀은 몸속 깊숙한 종양세포의 정보를 간직하고 있어 암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 주목받고 있다. 이어 표면증강 라만분광학 기반의 나노 기술을 활용해 라만분광학 신호 2,000여개를 검출했다. 이렇게 검출된 신호를 활용해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켜 정상 세포와 폐암세포 엑소좀을 95% 정확도로 분별해냈다. 또한 폐암 환자의 엑소좀을 폐암세포 유래 엑소좀과 비교해 84%의 민감도(환자를 환자로 선별)와 85%의 특이도(환자가 아닌 사람을 환자가 아니라고 선별)로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조기 발견이 어려운 폐암 1기 환자도 피 한 방울로 약 30분 만에 폐암 여부 확인이 가능해 조기진단을 통한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폐암은 초기인 1~2기에 진단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치료가 어려운 3기 이상에서 발견돼 사망률이 높은 실정이다.


폐암을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환자를 환자로 선별하는 50% 정도의 환자에서만 진단이 가능해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기 어려웠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기법은 이를 84%로 확대했고 폐암의 진행 단계까지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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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엑소좀 분석 기법과 딥러닝 인공지능을 활용한 폐암 조기진단법의 유용성을 확인했다”며 “폐암 1기 진단은 물론 폐암 기수가 높을수록 수치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고 정확도도 높아져 폐암 진행단계 예측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방사선 피폭 우려가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전에 혈액검사를 통해 폐암 가능성이 있는 군을 선별해 필요한 경우에만 CT 검사를 할 수 있다”며 “특히 폐암 1기 환자도 비교적 정확하게 판별해낼 수 있어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학회의 화학·나노기술 분야 학술지(ACS Nano·영향력지수 14.5)에 발표됐다.

최 교수는 암환자 혈액 내 엑소좀을 보다 높은 순도로 빠르게 분리해내는 키트와 엑소좀 이용한 암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교내 스타트업 ㈜엑소퍼트를 창업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의 신뢰성 향상과 상용화를 위해 향후 정상인과 환자 약 400명을 대상으로 고려대구로병원 등 5개 병원이 참가하는 다기관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전략과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중심병원 육성 연구개발(R&D)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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