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한 정부가 다주택자들이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시 납부하는 취득세를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추가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 세율을 3.2%에서 6.0%로, 양도세 중과율은 30%(기본세율 포함시 최대 72%)로 높인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하는 대신 증여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증여세 최고세율(50%)이 현행 3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72%)보다 낮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증여 받은 부동산에 붙는 취득세율을 현행보다 배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다. 증여 시 납부하는 취득세를 대폭 인상한다면 양도세 회피를 노린 증여로의 우회를 차단할 수 있다. 현재 증여 시 취득세는 ‘기준시가’에 대해 단일세율로 3.5%(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 시 4.0%)를 매긴다. 증여 취득세는 등기 시점에 납부해야 한다. 앞서 정부는 ‘7·10 대책’에서 1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해 2주택자가 되는 경우 부담하는 취득세율을 현행 1∼3%에서 8%로, 3주택 이상은 12%로 높인 만큼 증여재산에 대한 취득세도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증여세 최고세율을 추가로 인상하는 방식은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 최고세율은 30억원 초과 구간에서 50%인데 가업상속, 주식 및 현금증여와 맞물려 있어 집값 안정이라는 목적만으로 손질하기는 어렵다. 또 현행 증여세 체계는 증여받은 모든 재산을 증여가 이뤄진 시점의 가격으로 평가한 다음, 공제금액(배우자 6억원·성인 자녀 5,00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세금을 물리기 때문에 부동산만 별도로 세율을 높이기도 힘들다.
아울러 ‘이월과세’ 규정을 손보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배우자나 부모로부터 받은 부동산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팔 경우 최초로 취득할 당시의 가격이 아니라 증여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낸다. 예를 들어 아파트 한 채를 7억에 장만해 시가 10억일 때 증여하고, 이를 6년 후에 12억에 매도하면 2억만큼의 양도차익이 발생했다고 본다. 그러나 5년을 채우지 못하고 팔면 이월과세 규정을 적용, 최초 취득가 기준으로 세금을 물게 된다. 이월과세 적용 기간을 현행 5년보다 늘릴 경우 부동산을 증여 받은 뒤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다주택자가 집을 증여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