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사업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7·10 대책’에서 아파트 매입임대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힌 가운데 임대사업자에게 임대보증금 보증가입 의무화를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보증금 보증가입 의무화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7·10 대책’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국토부가 별도로 내놓은 ‘7·10 대책 중 국토부 소관 정책 관련’ 자료에만 들어가 있다.
12일 국토부가 별도로 내놓은 ‘7·10 대책’ 설명자료를 보면 ‘등록 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가입 의무화’가 담겨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모든 등록임대주택 유형이 해당되며 신규 등록 외에 기존 임대사업자까지 소급하기로 했다. 소급 적용까지 담은 이 안은 관계부처 합동 자료에는 없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관련 법 개정 후 즉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내용은 통합 대책 자료에는 등재되지 않았고 국토부 자료에만 짧게 나와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통합 자료 지면이 적어 뺀 것”이라 말했다.
일부 임대사업자는 보증금 가입의무를 철회해 달라는 청원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청원인은 “보증보험에 미가입할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며 “그렇다고 보증보험에 가입한다면 전세 5억원 일때 매년 500만원, 2년이면 1,000만원을 내게 된다”고 말했다. 이 청원인은 또 “보증보험 비용이 부담돼 전세가 월세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명백히 소급 입법과 동시에 세금을 신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다수의 임대사업자들이 보증가입 의무화 및 소급적용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7·10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면서도 충분한 대책이나 기한 없이 ‘토끼몰이식’으로 임대사업자들을 몰아붙인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임대 등록 시스템인 렌트홈이 10일 오후 5시 59분을 기준으로 마감하면서 혼란이 일어났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 따라 이미 등록한 임대주택은 의무임대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존 세제혜택을 유지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폐지되는 유형(4년 단기 임대·8년 아파트 장기 임대)을 신규등록 하거나, 단기를 장기임대로 전환하면 세제혜택이 없어진다. 이에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을 준비했거나, 미리 주택을 구매해 놓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준비하던 이들은 정부가 대책 발표 당일 토끼몰이식으로 등록을 차단하면서 발만 구르게 됐다.
사전에 정부부처 간 고려해야 할 부분이 협의를 마치지 않은 채 발표된 점도 있다. 이번 대책에 따라 폐지 유형으로 등록한 임대사업자들은 임대의무 기간을 경과하는 즉시 자동으로 등록이 말소된다. 단기임대(4년)의 경우 이번에 발표된 정부 방침대로 4년 후 자동 해지되면,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5년간 주택 임대 유지’를 채울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추가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임대사업자는 “국토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해 퇴로를 열어뒀다고 했지만 결국 자발적으로 임대사업자 등록말소 기회를 부여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