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를 두고 민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가 설치한 분향소에는 수 많은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진행하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십만이 동의하는 등 비판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영결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일 박 시장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시청 앞 시민광장에는 전날부터 시작된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대기 행렬이 길어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는 상황도 연출됐다. 조문을 온 이모(39) 씨는 “박원순 시장이 처음 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부터 지지했다”며 “박 시장이 없었더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할 때의 촛불시위도 불가능했을 텐데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허망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을 추모하는 시청 앞 분향소는 월요일인 13일까지 운영된다.
분향소 추모 분위기와 달리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장으로 치뤄지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등 인터넷에서는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청원은 12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찬성 인원이 50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박원순 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은 청원 당일에만 20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서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박 시장의 영결식과 관련, 장례위원회는 온라인 진행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 장례위원회의 박홍근 공동집행위원장(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영결식은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하고 소박하게 치른다는 기조하에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장례위는 13일 오전 7시 30분 발인 후 서울시청으로 이동해 오전 8시 30분부터 시청 다목적홀에서 온라인 영결식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영결식은 서울시와 t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된다. 장례위는 영결식 후 박 시장의 시신을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한 뒤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옮겨 매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시장을 비판하는 보수 단체들이 추모 현장 근처에서 시위를 벌여 조문객과 갈등을 빗는 상황도 연출됐다. 특히 분향소가 설치된 첫날인 11일 오후 4시께에는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에 반대하는 시민이 분향소 앞에서 팻말을 들고 시위하며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양모(28)씨는 “업무상 이유로 사망한 것도 아니고 성추행 의혹을 받는 상황인데 특별한 방식으로 장례를 진행하고 시청에 분향소까지 설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와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을 대비해 청원경찰 인력과 경찰력을 시청 인근에 배치해 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