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 회수와 재도전의 선순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투자시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벤처투자 성과를 보면 투자 규모가 4조원을 돌파했고, 최근 엔젤투자 규모도 20년 만에 ‘제1벤처붐’ 당시의 5,500억원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벤처투자 규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민간자본의 벤처투자 유입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정이며 벤처기업의 신규 자금조달 방법도 대부분 정부 정책자금과 일반금융권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 정책자금 위주의 벤처투자는 창업 확산과 스타트업 육성에는 효율적 수단이나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케일업 단계의 기업을 육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스케일업 단계의 기업은 빠른 시장확대와 브랜드 강화, 대량생산체제 구축과 인재 영입을 위해 스타트업 기업에 비해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구조이며 ‘자금력’이 스케일업의 성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민간자본이 혁신벤처투자 시장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는 데는 투자자 인센티브 부재, 투자자본의 회계처리상 불합리, 법인자본의 투자에 따른 유인책 부족 등의 원인이 있다. 특히 개인 및 법인의 민간자금을 벤처투자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회수에 따른 규제 및 세제에 대한 과감한 규제철폐와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민간자본의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과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의 활발한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투자시장은 CVC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규제로 인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설립이 불가하고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투자활동이 미흡했다.
CVC는 기업이 혁신적인 스타트업·벤처를 발굴·투자하기 위해 설립하는 회사로 모기업은 CVC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은 모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협력과 성장기반 조성을 도모할 수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CVC 허용을 위한 조건으로 외부자금을 제한하는 등의 새로운 규제를 제시하고 있다. 대기업의 벤처투자가 저조한 원인이 반드시 공정거래법에 따른 규제만의 문제는 아니겠으나 신산업 육성과 민간자본 유입을 위한 투자환경 조성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해외 주요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혁신창업을 장려하고 창업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노력과 함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민간출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와 출자규제 개선을 이뤄낸다면 우리나라도 글로벌 창업선진국과의 격차를 더 빨리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