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전세, 월세로 돌려 稅충당" 움직임...서울 외곽은 호가 껑충

[7·10 부동산 대책 이후-현장 가보니]

강남선 "집 팔지 못하게 막으니 차라리 증여" 문의 빗발

세금 낼 여유 있는 다주택자는 "싸게 파느니 일단 버티자"

보유세 인상·임대차 3법까지...서민 주거 더 불안해질수도




“7·10대책이 발표된 후 상담 문의가 많이 늘었습니다. 팔지 못하게 막아 놓으니 싸게 파는 것보다 증여를 고민하는 사람이 더 늘었습니다. 또 똘똘한 한 채인 강남 집은 남겨 놓고 수도권 외곽과 지방 집을 파는 것을 고민하는 다주택자도 많습니다.”(강남 대치동 중개업소 관계자)

“집주인들은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고 월세를 더 올려 받는 식으로 세금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분위기입니다. 보유세 인상에 임대차 3법 시행 및 소급적용까지 겹쳐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는 모습입니다.”(강남구 압구정 중개업소 관계자)


‘7·10대책’ 이후 서울경제가 주요 지역을 조사한 결과 집값 안정이라는 정부 의도와는 다른 모습이다. 강남 일대는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더 강해졌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이런 가운데 강북과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오히려 호가를 더 높여 내놓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윤주선 홍익대 도시건축대학원 교수는 “보유세를 버틸 수 있는 강남 지역의 매물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강남 쏠림이 심화될 것”이라며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것은 가격 구조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남은 증여 문의 늘고, 외곽은 호가 올리고=이번 대책으로 강남 등 주요 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집을 사지도 팔지도, 그렇다고 보유하지도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양도세·보유세·취득세를 모두 올려 선택의 여지를 없애버렸다는 불만이 많다”며 “대치동의 집을 처분하고 이사를 가려고 해도 양도세와 취득세가 너무 올라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처분도 녹록지 않다 보니 팔지 않고 버티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다주택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반포동의 R공인 관계자는 “세금 낼 여유가 있는 다주택자들은 일단 버틸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에 주택공급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재건축 규제도 심해져 기존 아파트 값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압구정동 A공인 대표는 “2주택자들이 주택 한 채를 매도할지 증여할지 고민하는 경우 양도세가 높다며 부담부 증여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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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 선호 움직임도 더 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서울 외곽지역의 집은 처분하고 강남권에 ‘똘똘한 한 채’ 큰 평수로 갈아타기 하면서 1주택자로 내려오거나 상가 쪽으로 투자하려는 움직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 이후에도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호가가 올라가는 분위기이다. 한 수요자는 “관악구에서 30평형대를 알아보고 있는데 집주인이 호가를 9억원으로 올렸다”며 “대책이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노원구와 도봉구 등 외곽지역 역시 매물은 더 줄어들고 있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호가를 올렸으면 올렸지 내리지 않고 오히려 매도를 보류하는 경우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금부담, 월세로 돌려 충당하겠다=전월세 시장도 세입자들의 부담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보유세 인상에 이어 임대차 3법 소급적용까지 겹쳐 전세를 더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송파구의 R공인 관계자는 “전세 매물은 부족한데 강남 지역은 전세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가를 1억~2억원 올려 보유세 부담을 덜면 되는 것”이라며 “세입자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몇 억 올려주던지, 아니면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외곽지역으로 밀려나던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만료를 한 달여 앞둔 A씨는 “최근 집주인이 전셋값을 전과 똑같이 유지하는 대신 월세를 매달 20만여원을 달라고 요구했다”며 “전세 매물도 없고 해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카페에는 “저렴하게 살던 곳인데 집주인이 시세만큼 전세가를 올리거나 월세로 돌리겠다는 통보를 해왔다”는 글이 적지 않다.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면서 서민 주거는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수도권에서 월세에서 자가로 이동하는 경우는 지난해 6.8%로 극히 드물었다. 반면 전세에서 자가로 이동하는 경우는 52.7%로 절반이 넘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에서 다주택자의 기능은 전체 주택의 3분의1에 달하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이라며 “다주택자들이 현금흐름을 위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지윤·권혁준기자 yang@sedaily.com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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