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9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우리 정부에 ‘반(反)중국 연합전선’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비건 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여기에는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 간의 협력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훌륭한 의사결정 과정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해치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것도 논의 내용에 있었다”고 소개했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 심각한 갈등 관계에 있음을 감안하면 한국에도 중국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 달라는 요구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기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차례로 만났다. 비건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 문제와 함께 중국 문제를 상당히 비중 있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이 9~10일 일본에서도 “훌륭한 의사결정 과정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해치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것을 논의했다”고 전해 반중 문제를 거론했음을 암시했다. 외교부는 미국 국무부의 이 같은 발표에 언급을 삼갔다.
미국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중국을 목표로 친미(親美) 국가들로 구성하려는 경제블록 ‘경제번영 네트워크(EPN)’와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제품 불매 전략에 한국도 참여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회의에 한국을 초청하겠다고 밝히며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