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글로벌 학년도체제로 전환하자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美 등 주요국 9월학년도제 채택

해외대학 유학·교류때 난관 많아

방학기간·취학연령도 조정 추진

교육·연구 글로벌화 속도내야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40여년간 교육계에 몸담아온 필자는 우리나라의 학년도체제를 글로벌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첫째, 학년도를 글로벌체제로 바꿔야 한다. 3월1일부터 이듬해 2월28일까지로 돼 있는 현행의 학년도를 9월1일부터 이듬해 8월31일까지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근대적 교육제도를 일제하에서 도입한 우리나라는 처음에는 4월학년도제를 시행하다가 지난 1962년부터 3월학년도제로 변경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4월학년도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을 제외하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북반구 국가들은 모두 9월학년도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제교육교류 대상의 대부분이 북반구 국가들인 우리나라는 학년도제가 글로벌체제와 다른 데서 오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교 차원에서 외국의 학교와 국제교류사업을 추진할 때 학년도가 다르기 때문에 사업기간을 조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의 교원·직원 혹은 학생이 한 학기나 한 학년도를 이용해 외국의 학교에 체류하고자 할 때 학년도제가 달라 상당한 기간을 허비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12월 말에 고등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미국 등의 대학으로 유학하고자 하는 경우 이듬해 9월 초까지 9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9월학년도체제로 전환함으로써 교육 및 연구의 국제교류가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방학기간을 글로벌체제로 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7월 중순~8월 하순을 여름방학으로, 그리고 1월 중순~2월 하순을 겨울방학으로 각각 1.5개월씩 비슷하게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 국가들은 대부분 여름방학을 5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90일 정도로, 그리고 겨울방학을 연말부터 이듬해 1월 초순까지 15일 정도로 하고 있다.


따라서 후자와 같은 경우에는 여름방학 90일을 방학이 아니라 하나의 학기에 준하는 기간으로서 여름학기 등 특별한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기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겨울방학을 2주 정도로 짧게 하고 여름방학을 90일 정도로 길게 해 여름방학을 여름학기 등 특별한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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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취학연령을 글로벌체제로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는 3월학년도제하에서 취학연령을 6세로 함으로써 9월학년도제하에서 취학연령을 6세로 하는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 국가들보다 취학연령이 6개월 더 빠르게 돼 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취학연령을 앞당겨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9월학년도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취학연령 역시 글로벌체제에 맞추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교육과 연구의 본격적인 글로벌화를 위해 학년도체제의 글로벌화를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추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1년부터 글로벌학년도체제로의 전환에 착수한다면 2014년 1월1일~10월31일(10개월간)생은 2021년 3월1일에, 그리고 2014년 11월1일~2015년 8월31일(10개월간)생은 2022년 1월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초중고·대학의 전 학년이 2021년 7월 중순부터 2024년 6월 중순까지 3년간은 매년 7월 후반과 1월 후반의 각 15일간만 방학을 가지면, 이들 전 학년이 2024년 9월부터는 9월학년도체제하에서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하등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학년도체제를 글로벌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글로벌학년도체제에서 얻는 이점을 생각하면 각급 학교의 교원·직원 그리고 학생들은 3년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각각 15일만 가지는 데 따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학 수능시험이나 입학시험 일정을 위의 일정에 맞춰 조정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며 2033년 9월과 2034년 9월의 대학 입학생 수와 2037년 5월과 2038년 5월의 대학 졸업생 수가 각각 예년 수준의 6분의5로 줄어드는 데 따르는 어려움 또한 전국의 대학들과 기업체들이 각각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제도의 주요한 골격 가운데 하나인 학년도체제가 글로벌체제로 전환됨으로써 우리나라 교육의 글로벌화가 강력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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