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위기 상황이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여름 휴가 일정마저 바꿔 놓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올해 여름 이렇다할 휴가 없이 업무에 매진하며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반면 임직원들에게는 내수 촉진 등을 위해 휴가 사용을 독려하며 ‘눈치 보지 않고 휴가가기’ 운동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은 올해도 휴가 없이 ‘현장경영’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엿새간 일정으로 일본 출장을 다녀오고 이후에도 연일 릴레이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도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경영 구상 등 사업에 ‘올인’ 한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관련 검찰 수사 때문에 휴가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빨강색 파카를 입고 부산행 SRT 열차에 몸을 싣는 장면이 노출된 바 있지만 올해는 그러한 모습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당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 부회장이 입었던 파카 등이 상당기간 회자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특별한 휴가 일정없이 자택에서 경영 현안들을 점검할 예정이다. 현대차(005380)는 수소차와 전기차 등 미래차 전략 수립을 비롯해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수익을 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최근 삼성·SK(034730)·LG(003550) 그룹 총수를 잇따라 만난만큼 ‘K 전기차-배터리’와 관련한 큰 그림 짜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은 올 여름 휴가기간 동안 본인의 경영 철학인 ‘딥체인지(근원적 혁신)’ 가다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가치 창출 등 매년 새로운 경영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유명한 최 회장인 만큼 올 하반기 새로운 어젠다 제시 여부에도 눈길이 간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은 며칠 짬을 내서 여름 휴가를 다녀올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40대 젊은 총수인 만큼 임직원들의 휴가 장려를 위해 본인이 시범적으로 휴가를 다녀오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바쁜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특별한 휴가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 여름 휴가기간에 ‘디지털 롯데’ 구상을 위한 세부전략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태양광이나 핀테크 등 미래 사업 구상에 시간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허태수 GS(078930)그룹 회장은 취임 후 첫 여름 휴가를 현장 경영이나 경영구상 등으로 갈음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휴가 일정에 맞춰 해외 고객 방문이나 공사 현장 점검했던 이전과 달리 올해는 국내에서 쉬면서 하반기 사업구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총수들이 임직원 여름 휴가 장려에 나선 것도 눈에 띈다. 삼성은 최근 20여개 계열사 직원 20여만명을 위한 ‘하계휴가 운영 가이드’를 마련했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005930), 삼성SDI(006400) 등 제조사업장을 운영하는 계열사의 경우 직원 휴가에 따른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해 정해진 기간에 단체로 휴가를 가는 ‘집중 휴가제’를 적용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사무직뿐 아니라 제조직까지 여름 휴가를 7월∼9월에 분산해서 가도록 권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코로나로 인한 휴가 분산을 위해 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여름 휴가 사용 가능 기간을 7월부터 10월까지로 1개월 연장했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생산공장 휴가 기간은 8월 3일∼7일로 정했다. SK그룹은 2주 이상 휴가를 가도록 하는 이른바 ‘빅 브레이크(Big Break)’를 장려 중이다. LG그룹은 올해 코로나 감염 예방에 동참하기 위해 여름 휴가를 가을 또는 겨울까지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시 휴가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