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기자의 눈]‘2030 뉴머니’ 끌어안으려면

이승배 증권부




“괜찮은 종목 몇 개를 알려드리면 될까요.”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성한 신조어)는 어떻게 공부할까’ 하는 궁금증에 얼마 전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민망함에 서둘러 나왔다. 주식 초보자에게 무슨 상품을 추천하고 어떤 자산관리 조언을 해줄지가 궁금해 기자 신분을 숨긴 채 상담을 받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식 매매 경험이 없다”는 말에 프라이빗뱅커(PB)는 당황한 기색을 표했고 “초보자들은 상담받으러 안 오나요”라는 질문에 “저희가 그분들을 상담해드리지는 않죠”라는 응답을 들은 뒤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증권사 영업점은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구나’ 하는 느낌은 또렷이 각인됐다.


저금리와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 맞물리면서 2030세대가 증시로 대거 유입됐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1~5월 신규 비대면 주식계좌 개설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57%에 이른다. 하지만 투자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주식의 문턱은 높았다. 사회초년생 A씨는 “월급만으로는 집을 못 살 것 같아 주식에 관심을 두게 됐다”면서도 “수천 개의 종목 중 어떤 걸 사야 할지 몰라 유튜브 채널로 공부한 뒤 본격적으로 거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왜 증권사 보고서를 보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비전공자인 내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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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문턱까지 왔지만 주식 거래에 소극적인 젊은 층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 건 카카오페이증권 기자간담회에서였다.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증권사의 성장성을 확신했다는 그들은 “빅데이터를 가공해 모두에게 PB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주린이가 겪는 어려움을 간파한 서비스였다.

사실상 거래 수수료가 무료인 상황에서 리서치센터를 운영하면서 추가로 주린이용 서비스를 개설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당장 고액 자산가에만 집중한 채 젊은 층을 돈 안 되는 고객으로 여겨 소홀히 한다면 2030세대의 증시 유입은 일시에 그치거나 새 금융 플랫폼의 고객이 될 것이라는 점을 기존 증권사들은 알아야 한다. 어렵게 불러모은 젊은 층을 위한 서비스가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다. /bae@sedaily.com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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