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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반도' 강동원 "좀비는 호러를 가장한 액션, 너무 힘들었다"

강동원 /사진=NEW 제공강동원 /사진=NEW 제공



“저는 몸빵 역할이었어요” 너털웃음을 짓는 강동원에게서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났다.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반도’ 개봉을 앞두고 한국 영화가 처음 시도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수차례 강조했다.


좀비 바이러스를 그린 ‘부산행’ 이후 4년, ‘반도’는 인간성을 잃은 한국과 그 가운데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CG작업으로 탄생한 20여분의 카체이싱 장면 등 볼거리도 무궁무진하다.

강동원이 연기한 정석은 극중 등장하는 캐릭터 중 평범한 축에 속한다. 그러나 그의 시선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고, 전체적인 톤을 맞추기 위해 세심한 노력이 필요했다. 연달아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 처하는 상황에 따른 감정 묘사, 무차별적으로 달려드는 좀비떼…. 수도 없이 구르고 뛰고 했지만, 그는 그 모든 순간을 즐겼고 또 그리워하는 듯 보였다.

Q. ‘반도’에 끌린 이유는?

-영화는 어떤 인물을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넣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매체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한다. 이 측면에서 ‘반도’는 인물을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넣는다. 장르물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극중 631부대와 어린 아이들이 RC카를 조종하고, 운전하는 것들이 신선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익숙한 것들과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복합적으로 그려지는 시나리오가 완성도 높았다. 너무 신선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하는데 모든 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Q. 영화를 본 소감은?

-개봉 전 편집본으로 영화를 거의 다 봤었다. 현장 편집본이 114분인데, 본편이 115분이다. 특히 풀 CG컷이 많은 카체이싱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미리 작업해서 3D 콘티가 있었지만, 질감 같은 부분을 CG 기술로 얼마나 구현해낼 수 있을지, 한국에서 이 정도 카체이싱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있었다. 시나리오만 보면 너무 어려워서…. 처음 영화를 보고 감독님께 고생 많으셨다고 할 만큼 만족했다. 연상호 감독이 애니메이터 출신이라 그런 데 강점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CG팀에게도 칭찬을 보내고 싶다. 정말 잘하고 있는 것 같다.

Q. 영화 중반부터 정석의 서사에서 민정(이정현)의 가족 이야기로 무게감이 옮겨간다.

-다른 배우들이 액션을 펼치는 반면 나는 몸빵 전문이었다. 제일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건 관객들이 정석의 시선으로 따라오는 영화라,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나머지는 다른 배우들이 살아서 팔딱팔딱 해줘야 이 영화가 살아나니까 최대한 보조를 맞춰주려고 했고 아쉬움은 없었다.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그랬다. 액션 포인트가 없는 것 또한 포인트였다. 정석은 갑옷을 쓰는 것도 아니고, 총기를 잘 다루지만 그렇다고 영화 ‘존윅’ 같지도 않고. 내 역할이 총기를 다루면서 잘 싸운다는 기본 베이스가 깔려 있어서, 몸빵과 고생을 맡았다.(웃음)

Q. 극중 정석은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캐릭터는 늘 까다롭고 답답하다. 더 하고 싶은데 할 건 없고, 하면 무너져 내리고. 원래 디자인 한 대로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게 어렵다. 매 순간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전체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고 짧게는 앞 장면, 뒷 장면을 연기해보고 흐름을 이어나갔다. 정석은 처음에는 합리적이고 냉철한 캐릭터였다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부정적으로, 그랬다가 다시 희망을 찾는 인물이다.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웃음) 크게 보면 나도 합리적인 걸 추구해서 정석과 실제 내 성격과 비슷한 지점이 있다.

Q. 영화는 지옥 같은 반도에서 잊고 있었던 희망을 찾는다.


-정석은 반도를 떠나 홍콩에서 난민으로 살면서 힘들었지만, 4년간 따뜻한 사람도 만났으리라 생각한다. 영화라 그 많은 내용이 안 들어간 것 뿐이다. 정석 본인의 트라우마도 있고, 자기는 희망도 없이 부정적으로 살다가 진짜 더 힘든 곳에서 희망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달라졌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희망이라는 게 마음가짐에 달린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힘든 시기를 보내더라도 마음속에 계속 해를 품고 있다면 좋은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품으면 희망이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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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사진=NEW 제공강동원 /사진=NEW 제공


Q. 좀비물의 매력은?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힘들었다. 그 가운데 ‘좀비는 호러를 가장한 액션’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게 매력이다. 좀비는 어떻게 보면 서양귀신에 가깝고, 무서운 짐승이랑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 동양에서는 주로 영적인 것에 공포를 느끼잖나. 심리적인 공포감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좀비물이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아역배우 이레, 이예원과 촬영은 어땠나.

-둘 다 너무 착하고 해맑아서 재미있었다. 아역 친구들 중에서도 이렇게 오픈 마인드가 아닌 친구들도 있는데, 이 친구들은 그런 게 전혀 없어서 즐겁게 촬영했다. 밥도 같이 자주 먹었는데, 아기들이라 일찍 자더라.(웃음)

Q. 모델 활동 포함 벌써 데뷔 21년째다.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게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년 퇴직 없는 자영업자와 비슷하다.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고, 큰 탈 없으면 계속할 수 있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제 일 시작한 지가 21년 됐나. 그러면 이제 일한 날이 일을 안 한 날보다 점점 더 많아지고 있네. 좋아,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

Q.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과거 발언 아직도 유효한가.

-신인상을 탈 때 말주변이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될 지 몰라서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만 말하고 내려왔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을 할 수 있지 않나. 열심히 해서 계속 더 발전하면 계속 하는 거고. 언젠가 도태되면, 아무도 찾지 않을 테니까. 죽을 때까지 계속 발전해야지 생각했다. 혹시나 나중에 내가 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때면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렇게 연기하다 가는 삶도 배우로서 좋지 않나 생각한다.

Q. 브이로그에도 출연, 유튜브 채널로 영화 홍보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늘 하던 영화 홍보일을 했는데, 많이 놀랐다. ‘강동원 파격행보 문명특급 출연’ 기사가 줄줄이 났다. 엄청난 덴 가보다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진행하려고 하나 생각이 들었다. 해보니 그냥 보통 연예프로그램과 똑같았다. 브이로그는 그냥 화보 찍으면서 동영상 찍는 건 줄 알았다, 지인이 하자고 해서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 했다. 다들 좋아해 주시더라. 즐겁고 소중한 추억을 얻고 증거까지 남겨 놨으니까 됐다. 나이 들어 보면 재미있겠더라.

Q. SNS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미래에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SNS를 귀찮아서 못하겠다. 나한테는 중요하게 안 느껴져서 SNS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 그냥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지.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내가 특별히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없다. 제 취향이 아닌 것 같다. SNS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르다. 영화로만 목소리를 내고 싶다.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답답하다. 나도 한마디 하고 싶지만, 참고 영화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래도 SNS로 소통하는 분들 보면 보기 좋더라.

강동원 /사진=NEW 제공강동원 /사진=NEW 제공


이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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