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철광석 가격 고공행진...실적 비상걸린 철강사

톤당 104弗...코로나前보다 30%↑

남미 공급차질 속 中 철강생산 늘어

철강 공급과잉 심화땐 한국만 불똥

포스코·현대제철 적자 우려 커져

1615A14 철광석



철강업계가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철광석 가격 급등하면서 원가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마저 20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우려하고 있다. 철강 제품을 주로 쓰는 자동차, 조선, 건설산업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경기 악화로 철강 수요가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수익성 악화까지 겹치면서 전망은 더욱 어둡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10일 톤당 104.27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월초(80달러대)보다 30% 가까이 올랐다. 철광석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공급이 빠듯한 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철광석 주요 수출국인 호주와 브라질이 자연재해나 사고로 생산 차질을 빚는 사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선 중국의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뛴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철광석 시장 내 수입비중 71.8%를 차지하는 최대 수요국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세계 철강업계의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만 나홀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지난 5월 조강 생산량은 9,227만톤으로 지난해 5월보다 3.6% 늘며 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세웠다. 중국 고로(용광로) 철강사들의 가동률은 90%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이동제한, 조업중단 등 조치가 완화되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중국 국내 수요가 확대된 것이 조강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달 이상 감소하던 철강 재고도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제조업 정상화로 공급과잉이 심화하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수출길이 막히면 넘치는 물량이 동남아시아나 한국으로 밀려 들어올 것”이라며 “올해 내내 재고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철강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1615A14 포스코


철강업체들의 수익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이유는 수요 부진과 원가 상승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품 가격을 올려받거나 생산량을 줄여야 하지만, 판매량을 사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업계 특성상 손해를 감수하면서 경쟁적으로 제품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열연강판은 1·4분기 평균 수출단가가 톤당 482달러였지만 2·4분기엔 438달러로 내렸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조선 등 대형 수요처들과 가격 인상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올 하반기에도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을 우선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적자가 나도 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암울한 대내외 환경에 포스코의 사상 첫 분기 적자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별도실적 기준 영업손실을 200억원대로 전망한다”며 “광양 3고로 개보수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고 판가하락으로 스프레드(제품과 원자재 가격 차이)가 축소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004020)도 2·4분기에 200억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4분기 1,479억원, 올해 1·4분기 2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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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희미하다. 한국철강협회 재료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발간한 ‘코로나19가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철강수요는 전년보다 6.4% 감소한 16억5,39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한 2009년보다 감소폭(-6.3%)이 큰 것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올 3·4분기에 완성차 공장들이 가동을 재개하면서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가 재확산하거나 철광석 가격 강세가 계속된다면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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