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참 정무라인의 미숙한 대응이 박원순 사망 불렀나?

박 시장, 최근 3개월 새 비서실장 비롯해 정무라인 핵심 인력 전원 교체

피소 당일 정무라인이 사임 권고로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했다는 관측도

신참 정무라인이 대선전략만 의식한 탓에 제 역할 못했다는 책임론 대두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청 6층 시장실 입구에 박 시장의 대형 사진이 놓여 있다. /이호재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청 6층 시장실 입구에 박 시장의 대형 사진이 놓여 있다. /이호재기자



지난 9일 세상을 떠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놓고 서울시 안팎에서 정무라인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 정무라인이 최근 3개월 새 전면 물갈이되면서 정무라인의 미숙한 대응이 결과적으로 박 전 시장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것 아니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어서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정무라인 교체는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4·15 총선으로 이른바 ‘박원순계’ 의원 11명이 국회에 입성하자 전면적인 개편에 돌입했다. 차기 대선이 2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박 전 시장이 대권행보를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서울시는 지난 4월 7일 고한석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신임 비서실장에 내정하고 인사담당 기획비서관에 법무법인 원의 나미라 변호사를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고 비서실장이 전격 합류하자 대권행보에 나서는 박 전 시장과 여당의 가교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다.


같은 달 27일에는 사단법인 서울산책의 조경민 대표를 기획보좌관에 임명하고 민생정책보좌관에 최병천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을 선임했다. 이어 정책비서관을 황종섭 서울시교육감 정무보좌관으로 교체하고 박도은 서울시 국회정당협력관을 대외협력보좌관에 임명했다. ‘노무현 필사’로 불리는 정훈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소통전략실장까지 영입하며 전면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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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대대적인 정무라인 쇄신은 지난달에야 마무리됐다. 지난달 19일 정무라인을 총괄하는 차관급 정무부시장에 김우영 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을 내정했다. 정무부시장은 시장을 제외하고 행정1부시장·행정2부시장과 함께 서울시 최고위직이다. 이어 정무수석에 최택용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을 임명하며 2개월여에 걸친 정무라인 교체를 끝났다.

하지만 정무라인를 교체하자마자 박 전 시장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무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잇따르고 있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피소 사실을 인지한 시점에서 정무라인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 사망 전날 정무라인 쪽에서 박 전 시장에 시장직 사퇴를 전격 권고하면서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시장이 대권행보를 염두에 둔 나머지 자충수를 뒀다는 해석도 있다. 정무라인을 한꺼번에 교체하면서 정무라인 업무의 연속성이 끊겼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정무라인 대다수가 여권 인사로 채워지고 대권가도 위주로 업무 방향을 설정한 탓에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를 놓고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것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정무라인은 서울시장 집무실이 있는 6층에 근무하는 시장 최측근 조직”이라며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정무라인 대다수가 시청을 떠났지만 내부에서 이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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