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36)씨는 최근 지방 발령을 받으면서 서울 전셋집을 정리하고 남은 여윳돈을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의 공동구매 형식 예금에 넣었다. 기간별 모집금액에 따라 1년 만기 금리가 연 0.8~1%인 상품인데 이번에도 완판이 돼 확정금리 연 1%로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금리 1%짜리 예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이미 대부분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자 1%를 주는 상품도 드물어졌다. A씨는 “모집금액 외에 복잡한 우대 조건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사상 첫 0%대 기준금리를 따라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의 수신 금리도 역대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고객을 지키기 위한 은행들의 상품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있다. 가입자가 많을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공구 예·적금’부터 다른 업권과 손잡고 카드실적·가입채널 등에 따라 우대 금리를 얹어주는 협업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공동구매 형식 예금인 ‘모이면 금리가 올라가는 예금’은 이날까지 22차 모집을 완료했다. 이 상품은 개인의 가입금액에 관계없이 모집기간 모인 금액이 클수록 더 높은 금리를 준다. 2,000억원 한도로 보름간 모집액이 100억원 미만이면 1년 기준 연 0.8%, 100억원 이상이면 연 0.9%, 300억원 이상이면 연 1%의 금리를 주는데 지난 1~21차 모두 한도를 채워 완판됐다.
이달 1일부터 개시된 22차 모집기간도 이날 오후4시까지 1,412억원이 모여 흥행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예금 46개 상품 중 70%가 0%대 금리임을 감안하면 이제는 연 1% 금리도 안전한 투자처를 고집하는 소비자에게는 경쟁력이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히 시중 대부분의 상품과 달리 가입 한도가 없고 총 모집금액 외 다른 어떤 조건도 없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이런 소비자 수요에 따라 공동구매 예·적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제로금리를 타개하기 위해 과감한 제휴에도 나섰다. 하나은행은 아예 ‘제휴적금’이라는 이름으로 토스·시럽·페이코 등 제휴처 수십여 곳과 유연한 상품 운영에 도전했다. 제휴처를 통해 가입하고 6개월 이상만 불입하면 연 2.5%의 금리와 추가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조건이 단순하고 제휴처에 따라 포인트·캐시백 등 특색에 맞는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의 인기 파트너는 시너지 효과가 큰 카드사다. 우리은행의 경우 4월 현대카드와 함께 내놓은 ‘우리 매직(Magic) 적금 by 현대카드’가 인기를 끌자 이번에는 우리카드와 손잡고 ‘우리 매직 6 적금’을 내놓았다. 현대카드 적금은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최대 연 5.7%의 금리를 제공하는데 출시 이후 3개월간 2만8,400좌가 팔렸다. 은행권 예·적금 해지 수가 매달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선방한 실적이다. 금리가 아닌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고민도 깊다. KB국민은행·NH농협은행의 경우 제휴를 통해 우대금리를 주는 대신 주 고객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상품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젊은 세대의 오랜 재테크 방식인 ‘풍차 돌리기’에 착안해 하나의 통장 안에서 돈을 쪼개 관리할 수 있는 ‘KB 마이핏 통장·적금’을 내놓았고 농협은행은 농업계 고등학교나 청년농부사관학교 졸업자에게 우대금리를 주는 ‘1934적금’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이 ‘원신한’ 전략에 따라 그룹 계열사들을 연계한 ‘신한플러스 멤버십 적금’도 지난달 출시 이후 이날까지 4만6,000좌가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