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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세로토닌]'노란조끼' 시위를 예견한 우울증의 주인공

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지음, 문학동네 펴냄




“그것은 반으로 쪼개지는 작고 하얀 타원형 알약이다.”


소설의 첫 줄을 차지한 ‘그것’은 항우울제 캅토릭스다. 책장을 넘기며 읽게 되는 “캅토릭스 복용자들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달갑지 않은 부작용은 구토, 리비도 상실 및 성기능 장애였다. 나는 구토로는 전혀 고통받지 않았다”는 문장과 이어진다. 프랑스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꼽히는 미셸 우엘벡의 소설 ‘세로토닌’은 그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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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세 주인공은 농업전문가로 최근까지 프랑스 농산부에서 일한 고학력 전문직 남성이다. 중산층 이상의 삶이지만 언제부턴가 지독한 권태와 무기력이 그를 덮쳤고 우연히 방송에서 ‘자발적 실종자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접하고는 돌연 세상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로 마음 먹는다. 우울증약 덕분에 간신히 일상을 이어왔지만, 리비도의 상실과 성생활의 종말은 중년남성인 그에게 죽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울하고 자조적인 심리 사이를 블랙유머가 날렵하게 가로지르는 이 책은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됐을 당시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친구를 만나러 간 시골 마을에서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집단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 2018년 말부터 프랑스 전역을 뒤덮은 ‘노란조끼’ 시위와 놀라우리만큼 닮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책이 논란이 될 때마다 “거울로 세상을 비추었을 따름인데 거울 속의 세상이 추한 것을 작가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1만5,5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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