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이 지사는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으나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6일 이 지사의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재판관 7대5 의견으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2년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의 강제입원 절차를 밟도록 지시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방송 토론회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한 일부 사실을 언급하지 않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죠”라는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또 다른 토론회에서는 “우리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1·2심은 모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무죄로 봤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선 1심이 무죄로 봤지만 2심은 유죄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형의 강제입원 절차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반대사실을 공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지사의 당시 발언을 두고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성이 없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 일방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의도에서 내놓은 공표행위라 볼 수 없다”고 봤다. 이 지사가 판단한 상대 후보자의 의도는 ‘직권을 남용한 불법 강제입원을 시도한 사실이 있느냐’는 것이고, 이를 부인하는 답변이 질문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
재판부는 “선거운동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며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질답, 주장-반론 공방이 제한시간 내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는 토론의 특성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언의 배경, 맥락 등을 안 보고 일률적으로 엄한 법적 책임을 지우면 후보자들이 토론회 이후 책임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활발하게 토론할 수 없게 된다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선고에는 김선수 대법관이 과거 이 지사의 변호인을 맡았던 사정 등을 이유로 회피신청을 하면서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