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신 긴급조치, 국가 폭넓게 책임져야"…'양승태 대법' 판결 뒤집은 법원

"인권존중 원칙 위반…위법하다고 평가"

양승태 시절 대법은 통치행위라고 판단

/연합뉴스/연합뉴스



1970년대 유신정권의 긴급조치와 그 이후 국가기관의 후속조치는 모두 위법하므로 국가가 폭넓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유신정권의 긴급조치를 통치행위라고 보고 국가의 배상 책임 범위를 제한적으로 인정한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유신헌법 철폐 시위 등에 참가해 긴급조치 제1·9호를 위반한 혐의로 구금된 김모씨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김씨 등에게 각각 약 4,600만~7,7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지난 9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발령 당시부터 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어서 목적상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해 국민 통제의 도구에 불과하다”며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원칙을 위반해 결국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위법하다고 평가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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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에는 긴급조치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법성이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그 자체로 위법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선포와 그에 따른 수사 및 재판, 형의 집행 등 일련의 국가작용에 있어 불법성의 핵심은 긴급조치 자체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조치에 따른 수사 및 재판은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측면이 크다”며 “그럼에도 수사기관의 고문 등 가혹행위에 대해서만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은 불법의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용인한 기관에 대해 면책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5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판결과 달리 긴급조치가 위헌이어도 이를 선포한 대통령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통치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전합은 긴급조치로 인한 고문이나 불법구금 등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만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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