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VS 1.5%.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다. 그래서 내년 인상률이 낮다고 할 수 있을까. 외환위기 때는 수출 기업만은 잘 나갔고 달러 부족에서 촉발된 아시아에 국한된 위기였지만 이번은 위기의 파급력을 가늠하기조차 어렵고 실물에서 금융으로 위기가 번지고 있는 점, 직전 3개년 인상률이 32.8%(2,120원)였다는 점은 일단 차치해둔다.
어떻게 1.5%가 나왔는지부터 보자.
1.5%는 경제성장률 전망치(0.1%),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치(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1.0%)을 다 더해 도출된 값이다. 당장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0.1%가 진짜 가능할까.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로 -2.3%를 전망했다. 혹자는 ‘한경연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라 객관적이지 않다’고 할 듯해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도 소개한다. -2.1%다.
IMF 전망치를 최저임금 인상률 공식에 대입하면 내년도 인상률은 -0.7%다. 어디서 0.1%가 나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래서 최근 문재인 정부가 약발도 별로 없을 것 같은 ‘그린 뉴딜’을 발표했나 하는 ‘불온’한 생각도 해봤다.
그럼 이런 질문을 해보자. ‘최저임금을 올리자’고 하는 이는 ‘선한’ 사람이고, ‘동결하자’는 이는 ‘이기적인’ 사람인가. 특권화된 민주노총의 악행을 또 얘기하지는 않겠다. 우리 사회는 이미 ‘노조 이익=약자 이익’이라는 등식이 깨진 지 오래다. 여전히 직원을 착취하는 나쁜 오너도 있겠지만, ‘직원을 위해야 회사도 발전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영자가 대다수다. 더구나 대기업은커녕 중소기업 상당수도 시급으로 최저임금보다 많은 돈을 지급하고 있다. 사실상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계층은 우리 사회의 약자층이다.
마지막 질문.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위를 둘러보자. 언제부턴가 무인계산대가 대세가 됐다. 이게 우리나라가 최첨단 정보기술(IT) 국가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까. 아니면 최근 최저임금이 임계점에 도달해서일까. 이제 아르바이트조차 끈이 없으면 얻기 힘든 일자리가 돼가고 있다. 사업도 죽을 쑤는 판에 인당 월 182만2,480원(내년 시급 8,720원 적용)을 줄 바에야 차라리 가족과 일하는 중소기업인, 자영업자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5% 인상안이 나오자 “아쉽다”는 논평을 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자리는 더 줄고 최저임금을 못 맞춰 범법 위기에 놓인 ‘사장님’이 속출할 것이다. 아마 기업의 임금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은근슬쩍 나올 것이다. 덩달아 도덕적 해이도 만연할 테다. 일자리에 목매는 정부는 최저임금도 못 주는 ‘몹쓸’ 업체를 감시할 공무원을 늘릴 듯싶다.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