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오는 24일부터 본격 가동된다. SPV는 내년 1월까지 6개월 동안 10조원을 투입해 코로나19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비우량채 등을 매입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임시회의를 열고 회사채·CP 매입기구에 대한 대출 한도와 조건 등을 의결했다. 금통위는 다음 주 안에 실시 예정인 제1회 대출금액 1조7,800억원에 대한 대출 실시도 함께 의결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산업은행은 지난 5월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논의를 통해 1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 설립방안을 발표했다. SPV는 정부 출자를 토대로 한 산은 출자 1조원, 산은 후순위 대출 1조원, 한은 선순위 대출 8조원 등을 통해 재원을 조성한다. 시장여건 등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20조원까지 확대 가능하다.
SPV는 우선 3조원 규모로 재원을 조성한 뒤 나머지 7조원은 추가 수요가 있을 때마다 집행하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산은이 시장안정 차원에서 선매입해 온 비우량채 등을 오는 24일부터 매입하기 시작해 내년 1월까지 6개월 동안 지속한다.
매입대상은 비금융회사 발행 회사채·CP로 제한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인 만큼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인 기업은 제외된다. 비우량채(A~BBB등급) 중심으로 사들이되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이후 신용등급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투기등급(BB등급)도 포함한다. 포트폴리오 비중은 우량채 30%, 비우량채 70% 수준에서 관리한다. 특히 BBB등급 이하는 15%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SPV 이사회가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수행하면서 이사회 자문기구로 설립되는 투자관리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투자관리위원회는 산은 부행장,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이 추천하는 민간전문가 각 1인, 산은이 다른 기관 동의를 얻어 추천하는 민간전문가 1인 등 5인으로 구성된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우량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여건이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비우량채 투자 수요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SPV가 본격적으로 지원하면 비우량채 발행여건이 개선되는 등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