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중공업 "불법 아니면 勞 임협 요구안 수용"

■ 1년 넘게 끈 협상에 '통큰 제안'

勞 '주총 폭력 면죄부' 요구 제외땐

"휴가 전 반드시 협상 마무리" 밝혀

극소수 강경세력에 '원칙론' 천명

勞, 거부 의사 속 내부갈등 양상도

1815A13 조선업계단체교섭



“노조가 전향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휴가(8월3일)전 반드시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겠다.”

현대중공업이 1년을 넘게 끌어온 2019년 임금협상을 타결 짓기 위해 ‘통큰 제안’을 내놓았다. 명백한 불법·폭력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제외한 모든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노조의 ‘떼쓰기’식 협상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확고한 원칙을 정해 회사와 노조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발전적인 노사관계로 평가된다.

현대중공업은 17일 사내소식지인 ‘인사저널’을 통해 “임금 조정안은 물론, 임금과 무관한 노조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명백한 불법과 폭력행위를 제외한 사안에 한해서는 대승적인 결단으로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불법행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장하지 않는다면 다른 요청사항에 대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강성 노조의 발목 잡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회사의 경쟁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사측이 이례적인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2019년 임금협상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62차례를 넘겼으며 대표이사가 직접 교섭에 참석한 것만 해도 20번이 넘는다. 하지만 노조가 임금과 관계없는 현안해결을 요구하며 13번의 파업으로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현안은 지난해 물적분할 임시주총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행위 해고자 4명의 복직, 불법행위 조합원 1,415명에 대한 징계 철회, 3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 중단 등이다. 사측은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는 없지만 현실성 있는 절충안도 제시하며 노조 집행부에 출구도 열어줬다. 회사 측은 해고자들의 재입사를 염두에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불법파업에 참가해 징계 받은 사람들 대해서도 향후 인사나 성과금 등 급여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손해배상 소송 역시 한마음회관 불법 점거에 따른 피해 금액만 청구하는 등 최소한의 책임만 묻겠다고 제안했다. 임금인상안도 국내 경쟁사들보다 좋은 조건이다. 기본급 4만5,000원 인상, 성과금은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더한 약정임금의 193%, 격려금은 약정임금 100%와 150만원 등이다.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임금협상을 끝맺은 삼성중공업은 기본급 4만923원 인상, 성과금 없이 격려금 200만원과 상품권 50만원이었고 대우조선해양은 기본급 4만5,315원 인상, 성과금은 약정임금의 150%, 격려금 280만원에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모든 것은 휴가 전 마무리를 전제로 함을 명백히 밝힌다”며 “극소수 강경세력에 휘둘려 모든 조합원의 여망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되돌아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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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노조의 일방적인 ‘떼쓰기’에 더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 강성노조 변화의 신호가 되기를 재계는 바라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그간 노조의 과격 폭력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사측의 암묵적인 타협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일을 통해 노조도 잘못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선례를 남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측의 제안에 대해 노조는 “달라진 게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휴가를 앞두고 조합원들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가 강경노선을 고집하면서 내부갈등 양상도 생기고 있다. 해고자 문제로 교섭이 지지부진하자 해고자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섭 장기화에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기존 ‘4사 1노조’ 체계에도 금이 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4사로 분할된 후 노조가 1개 노조를 유지하면서 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 조합원 모두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으로 남았다. 이 때문에 전체 사업장 협상이 끝날 때까지 조합원들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임금교섭 장기화가 수년째 반복되다 보니 조합원들의 불만이 쌓였고 결국 현대로보틱스는 새 노조를 설립해 복수노조 체계를 구축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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