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정책폭탄이 불 지핀 전세가 폭등…김현미 ‘분상제’ 발언부터 시작됐다[집슐랭]

<아파트 전세가 분석해 보니>

전세난 단초, 김현미 장관 상한제 언급

이후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는 늘리고

각종 규제로 실질 전세공급은 줄여

임대차 3법은 전세시장에 기름 부어

시장 안정 위해 '3법' 순차시행 주문도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17 부동산 정책 후속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서울경제DB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17 부동산 정책 후속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서울경제DB






#“매년 오른 집세도 충당할 수 없는 서민의 비애를 자식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1990년 4월 전셋값 급등을 견디지 못해 40대 가장이 남긴 유서다. 신문을 도배했던 기사다. 당시 서울 주택 전셋값은 무려 23.7% 상승했다. 전세난 역사 중 가장 급등기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세입자들이 겪는 전세난은 심각한 상태다. 인기 지역의 경우 자고 일어나면 전셋값이 수 억 원 오른다. 문제는 대단지로 매물이 없다는 점이다. 강남 뿐 아니라 수도권 웬만한 지역에서 나타다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전세난을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집값 규제 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상한제가 단초가 됐고, 이어 대출규제가 수요를 더 늘렸고, ‘6·17 대책’과 임대차 3법이 기름을 부었다”고 진단했다.






<분양가상한제의 마법, 언급하자 전세가 상승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첫 언급하기 전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심지어 ‘정부가 역전세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을 정도다. 당시 전세가는 뚝뚝 떨어졌고,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초비상이 걸렸을 정도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봐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2018년 -0.03%, 2019년 1~6월 -2.34% 변동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역전세난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상한제 언급 이후 7월부터다. 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의 경우 주간 단위로도 지난해 7월 첫 째 주부터, 월간 단위로도 7월부터 전세가가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월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6월 -0.06%에서 7월에는 0.02% 상승으로 변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후 수도권 전세가는 8월부터, 전국 전세가는 10월부터 상승하더니 현재까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주간 단위로 55주째 오르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과 상승을 반복했지만 전세가는 마냥 오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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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전세 대란의 출발이 여기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아파트 입주물량 등 공급은 변한 것이 없는 데 상한제가 수요를 양산 시켰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른바 ‘로또 청약’을 노리며 전세로 눌러 않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강남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시 아파트를 사려던 한 세입자는 상한제 이야기를 듣고 그냥 전세로 눌러 살기로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렀던 인천 영종신도시 등의 전셋집도 이때부터 차기 시작했다.



<대출 및 갭 투자 억제·임대차 3법이 기름 부어>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0·1 대책’과 ‘12·16 대책’은 전세공급은 줄이고 수요는 늘리는 역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들 대책의 핵심은 대출을 규제해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실거주 요건을 강화해 갭 투자를 억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출을 줄이자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수요자들이 전세로 남게 됐다. 반대로 갭 투자를 억제하자 직접 주인이 거주하는 주택이 늘면서 공급은 줄어들 게 된 것이다.

전세난이 지속 되고 있지만 정부는 여기에 더 한번 기름을 붓는다. 바로 최근에 발표된 ‘6·17 대책’과 ‘7·10 대책’ 그리고 ‘임대차 3법’ 발의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대책에서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고, 전세대출을 더욱 강화 했으며, 심지어 재건축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 해야 한다는 요건도 넣었다. 한마디로 대출이 줄어 전세로 눌러 않는 수요는 더 늘리고, 반대로 공급은 더 줄인 셈이다. 임대차 3법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법 시행에 앞서 보증금을 올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 시킨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현재 전세시장 불안은 정책의 영향이 크다. 한 예로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금을 안 내려면 실거주해야 한다. 결국 공급은 줄어들고 반대로 전세 수요는 줄지 않고 늘어나고 있는 것이 요즘의 모습이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임대차 시장은 심리가 적용되지 않고 100% 수급 논리로 작동하는 완전한 실수요자의 시장이다. 집값보다 어려운 게 전세 문제”라며 “임대주택 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는 독일이나 싱가포르와 달리 아무 대비 없이 전세 시장을 규제할 경우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최소한 임대차 3법이라도 순차적 시행을 주문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책은 로드맵이 있어야 하는데 일거에 3법을 시행하면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정도를 넘어서게 된다”고 경고했다. /김흥록·박윤선·양지윤기자 rok@sedaily.com



김흥록·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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