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세입자가 원하면 평생 계약? '막장 부동산법' 쏟아내는 與

"부동산 잡아야 보궐·대선서 승기"

'부동산 처분 의무화법' 추진

'임대차 3법' 이달 입법도 가속

재산권 침해 소지 법안 수두룩

중구난방 발의에 "시장 왜곡" 우려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6·17부동산정책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손병두(왼쪽부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홍 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연합뉴스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6·17부동산정책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손병두(왼쪽부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홍 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고위공직자가 2주택 이상을 소유할 경우 무조건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하는 ‘부동산 처분 의무화법’을 추진한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한 여당이 재산권 침해 소지를 가진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어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17일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처분 의무화를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공개 대상자인 국무위원, 국회의원, 지자체장, 1급 공무원 등에게 실거주 1주택 및 실소유가 아닌 부동산을 60일 내에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소유 여부는 인사혁신처에 부동산백지신탁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심사, 결정하도록 했다. 신탁한 재산을 매각했을 때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국고로 환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신 의원은 “고위공직자들이 직무와 관련된 정보를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공직사회를 향한 뿌리 깊은 불신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입법을 국회에 요청한 데 힘입어 ‘임대차 3법’ 등의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늦게 시작한 국회인 만큼 속도를 내서 일해야 한다”며 “긴급한 부동산 세제 개편과 임대차 3법을 반드시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시장이 잘못됐을 때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지만 과도할 경우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한전세계약법'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발의만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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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여당 의원들의 부동산 관련 법안 발의가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작동원리를 무시한 여당 의원들의 무분별한 부동산 관련 법안 발의는 자신의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하는 쪽에만 초점을 맞춰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부동산 문제를 잡지 못할 경우 내년 4월 보궐선거는 물론 오는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없는 만큼 이번 7월 임시회에서 초강력 부동산 관련 입법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현재 여러 의원들이 앞다퉈 내놓는 다양한 법안 개정안이 중구난방 식으로 흐르고 있어 의원들 사이에서도 ‘너무 나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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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 5월31일 이후 국회에서 발의된 ‘주택임대차보호법’만 20개에 달할 정도다. 이 중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임대차 계약 시 세입자가 횟수제한 없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무한 전세계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개정안이 실제 국회에서 통과되면 임대인이 실거주나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멸실 등 특정 사유가 없을 경우 임차인이 무한대로 원하는 만큼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임대인의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어날 수 있어 위헌 논란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총 6년(2+2+2년)으로 규정한 가운데 기존 계약은 물론 신규 임대차 계약까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어서 사유재산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도지사가 임대료 결정? '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법안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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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모습.국회 본회의 모습.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부동산 단타투자방지법도 무리한 입법권의 예로 꼽힌다. 강 의원은 이달 6일 부동산 매매 불로소득에 강력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해 부동산 투기 의욕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미등기 양도자산 양도세율을 현행 70%에서 90%로 대폭 끌어올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실직자도 늘어나는 가운데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분양권을 매도하는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도 양도차익의 9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강 의원이 이 같은 안을 내놓은 것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 불안요인이 정부의 주택공급 부족이 아닌 부동산 단타매매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표준임대료법(주거기본법 개정안)도 부동산 시장의 작동원리를 무시한 법안으로 지적된다. 윤 의원은 이 개정안에서 시·도지사가 주택 위치와 면적 등을 감안해 적정 임대료를 산정하게 한 뒤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이 발생할 때 표준임대료를 기준가로 활용하도록 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도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정부가 전국 아파트 등에 대해 일정 폭 이내에서 임대료를 산정하게 한 뒤 이를 통해 전국 전·월세 계약을 통제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여지가 많다는 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여당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해 여러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무리한 개정안은 결국 법안소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반대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작다”면서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이 반대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중구난방 식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정치적 선명성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김인엽·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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