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기고] 한국 경제, 하반기가 중요한 이유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

상반기 한국 경제 선방했지만

G2 갈등·코로나 2차 확산 등

하반기에도 변수 숱하게 남아

정책수단 적소 활용 준비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로 잔뜩 움츠러든 영화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스릴러 영화 ‘#살아있다’가 최근 누적관객 18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좀비로 가득 찬 아파트단지에서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인데 요즘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잘 맞아 떨어진 것이 흥행 비결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 눈길이 가는 것은 한국 경제의 상황이 영화 주인공들의 처지와 묘하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중 전 세계는 코로나19의 습격으로 국경폐쇄와 경제활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영화 주인공들처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강한 생존능력을 보여주며 결국 살아남았듯이 한국 경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위기임에도 상반기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국제기구들은 세계 성장 전망을 연일 하향 조정하면서도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올해 4·4분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오는 2022년 이후에야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고 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빠른 셈이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주요20개국(G20) 중 두 번째로 높은 -0.9%로 제시한 것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중 한국의 성장률을 가장 높게 예상한 점도 반갑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은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상반기 중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에만 81건인 주요국 신용등급 하향조정 사례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대내외적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해외 기관들의 평가는 고무적이다. 정책당국의 과감하고 발 빠른 대응과 함께 국민 개개인에게 잠재된 위기극복 DNA가 다시 한번 발휘된 덕분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한둘이 아니어서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첫째, 코로나19 재확산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 최근 주요국의 경제활동 재개 이후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가을철 2차 대확산 여부가 경제에도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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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미중 갈등의 향방이다. 홍콩보안법과 미국 대선 등으로 상황이 복잡해진 가운데 양국 분쟁이 세계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셋째, 신용평가 위기다. 우리 신용등급 전망은 현재 ‘안정적’이지만 전례 없이 늘어난 세계 부채 규모로 글로벌 신용 리스크가 커질 경우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라 할 수 없다.

넷째, 금융과 실물의 괴리다. 최근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주가가 여전히 ‘냉골’인 실물경제에 하방 수렴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완화 이후의 섣부른 출구전략 리스크인데 관련 논의의 시작만으로도 2013년 긴축발작과 같은 경제충격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화 ‘#살아있다’에서 주인공은 아버지로부터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문자를 받는다. 한국 경제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꼭 회복돼야 한다’. 냉혹한 글로벌 여건에서 하반기가 시작된 7월, 가용한 정책수단을 재점검하고 이를 적기·적소에 쓸 수 있도록 관련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수차례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축적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과도한 위기론에 매몰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동시에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세계에 대한 대비도 차분하게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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