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코로나가 바꾼 해운업...스크러버 지고 저유황유 뜨고

스크러버 제작 中 조선소 대거 폐쇄

가격 떨어진 저유황유 사용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파도가 연이어 밀려들면서 해운 업계의 환경규제 대응전략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선박 탈황장치인 스크러버를 제작하는 중국 조선소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되면서 해운사들이 황이 적게 나오는 저유황유를 쓰는 방향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저유가 기조로 저유황유의 가격이 내린 것도 해운사들이 눈을 돌리는 이유로 풀이된다.

19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700척 이상의 스크러버 장착 예정 선박에 대한 스크러버 설치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4~5월에는 스크러버 설치를 위해 야드(작업장)에 대기 중이던 270여척의 선박이 설치 계획을 취소했다. 현재 전 세계 선박의 총 톤수 대비 0.6%에 해당하는 100척가량의 선박만이 스크러버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300척 이상(1.8%)에서 3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클락슨은 “스크러버 설치 활동이 둔해진 데 이어 레트로핏(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 주문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세계 모든 바다에서 선박용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규제를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해운사들은 이 규제에 △스크러버 설치 △저유황유 연료 교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발주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많은 해운사가 기존 연료인 벙커C유에 비해 50%가량 더 비싼 저유황유를 쓰는 것보다는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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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이 갑작스럽게 스크러버를 외면하게 된 것은 전 세계 스크러버 설치의 76%(2019년 기준)를 차지하던 중국 야드가 코로나19로 폐쇄됐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저유황유와 벙커C유 가격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올 초만 해도 두 연료의 가격 차는 톤당 300달러에 달했지만 6월에는 톤당 60달러로 좁혀졌다.

국내 해운 업계 맏형인 HMM은 다른 선사들이 눈치를 볼 때 과감하게 스크러버 설치에 나섰다. 올 상반기 운영 중인 선대 중 70%에 대해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MM의 경우 결단을 빨리 내리면서 코로나19 파도를 비껴가며 일찌감치 규제 부담을 털어냈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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