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700척 이상의 스크러버 장착 예정 선박에 대한 스크러버 설치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4~5월에는 스크러버 설치를 위해 야드(작업장)에 대기 중이던 270여척의 선박이 설치 계획을 취소했다. 현재 전 세계 선박의 총 톤수 대비 0.6%에 해당하는 100척가량의 선박만이 스크러버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300척 이상(1.8%)에서 3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클락슨은 “스크러버 설치 활동이 둔해진 데 이어 레트로핏(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 주문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세계 모든 바다에서 선박용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규제를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해운사들은 이 규제에 △스크러버 설치 △저유황유 연료 교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발주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많은 해운사가 기존 연료인 벙커C유에 비해 50%가량 더 비싼 저유황유를 쓰는 것보다는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선사들이 갑작스럽게 스크러버를 외면하게 된 것은 전 세계 스크러버 설치의 76%(2019년 기준)를 차지하던 중국 야드가 코로나19로 폐쇄됐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저유황유와 벙커C유 가격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올 초만 해도 두 연료의 가격 차는 톤당 300달러에 달했지만 6월에는 톤당 60달러로 좁혀졌다.
국내 해운 업계 맏형인 HMM은 다른 선사들이 눈치를 볼 때 과감하게 스크러버 설치에 나섰다. 올 상반기 운영 중인 선대 중 70%에 대해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MM의 경우 결단을 빨리 내리면서 코로나19 파도를 비껴가며 일찌감치 규제 부담을 털어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