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도 이천의 시몬스침대 ‘팩토리움’. 1만 6,200㎡ 규모 공장에서는 하루 600~700조(매트리스 세는 단위) 매트리스가 생산된다. 이날도 공정 최종 단계인 포장장비로 이어진 컨베이어 밸트 위에도 60여종의 매트리스가 줄지어 있었다.
이 때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각콘이 한 매트리스 위에 올려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삼각콘 용도가 뭐냐”고 묻자, 시몬스 관계자는 “수작업이 필요한 봉제과정에서 불량품이 가끔 발생한다”며 “이 제품의 경우 봉제선이 약간 틀어졌다”고 말했다. 이 정도 결함이면 재수선해 다시 내놓거나 가격을 낮춰 판매할 수도 있을 터. 실제 상당수 업체들은 이런 식으로 제품을 유통한다. 게다가 완제품이라 아까울 수밖에 없다. 특히 매트리스는 위에 천을 덮어 사용하기 때문에 고객이 봉제 결함까지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시몬스는 이런 불량품을 생산시설 뒤편에 마련된 시설에서 즉시 폐기하고 있다. 시몬스의 최고가 제품인 2,000만원대 ‘뷰티레스트 블랙’도 이 원칙에 예외가 아니다. 이는 바로 ‘원부자재를 아끼지 말고, 항상 품질에 초점을 맞추라’는 안정호 사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은 불량을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불량을 고객에게 내놓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며 “불량품은 시몬스 제품이 아니라는 뜻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시몬스는 팩토리움을 약 10년간 1,500억원을 들여지었다. 7만 4,505㎡에 달하는 이 부지에는 연구개발 센터와 생산공장, 물류동뿐만 아니라 고객을 위한 카페, 시몬스 역사박물관, 매장도 있어 복합문화공간 역할도 한다.
시몬스는 팩토리움 내 연구개발, 검사장비, 생산과정을 일반인도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다. 품질 관리는 1,936가지에 이르는 제품 테스트로 이뤄진다. 연구개발 센터 내 41개 기기로 이뤄지는 테스트 과정을 보면 자동차 시험연구소가 연상될 정도. 이곳에서는 미국 기준보다 30kg나 더 무거운 140kg 롤링으로 매트리스를 10만번 문질러 제품을 체크한다. 볼링공을 매트리스로 떨어뜨려 볼링핀이 쓰러지지 않는 모습이 담긴 시몬스 광고도 실제 센터에서 이뤄지는 시험 중 하나다. 시몬스가 3억 5,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써멀 마네킹’은 사람처럼 온도, 습도에 따라 수면 변화가 있는지 데이터를 실시간 모은다. 200여명을 대상으로 매트리스를 누울 때 어떤 느낌인지 분석하고, 매트리스 내 유해물질이 있는지 성분실험과 발암물질인 라돈측정시험, 수면 시 뇌파 검사, 매트리스 내 섬유 강도 등에 대한 검사가 이뤄진다. 과정 하나하나에서 ‘집요함’이 느껴졌다. 특히 팩토리움 주변은 휴지 조각 하나 찾을 수 없을 만큼 깨끗했다. 사람 몸에 닿는 매트리스 공장인 만큼 청결에 최우선을 두는 덕분이다.
품질을 위해 원부자재를 엄선하고 있는 것도 시몬스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몬스 관계자는 “매트리스에 쓰이는 경강선의 경우 일본업체보다 가격이 더 비싸지만, 품질력이 우수한 포스코 제품만 쓴다”며 “스프링을 감싸는 부직포는 이탈리아에서, 매트리스 원단은 벨기에에서 수입한 고급 소재만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공정 약 60%는 70여명의 전문인력이 맡는데, 협력사 직원이 상당수 참여한다. 대를 이은 협력사가 나올 만큼 협력사들과 관계도 끈끈하다는 설명이다. 시몬스 관계자는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력사와 긴밀한 소통 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노력이 시몬스만의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천=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