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가 ‘2020 연극의 해’를 맞아 공정한 보상 체계 제도화와 위계 문화 개선, 젠더 감수성 강화 등을 추진한다. 예술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콜센터와 구인 구직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2020 연극의 해 집행위원회는 20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몇 년 간 격동기를 맞아 연극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앞으로 바뀌어야 할 연극 예술의 방향, 공연계의 패러다임 변화에 관심을 갖고 집행위를 구성·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앞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4월 대학로 간담회에서 ‘2020년을 연극의 해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블랙리스트·미투 사태로 침체한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집중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이었다.
집행위는 ‘연극, 담론과 실천으로 세상을 만나다’를 비전으로 정하고 ▲안전한 창작환경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관객소통의 다변화 등 총 3대 전략 목표하에 14가지 사업을 추진한다. 먼저 안전한 창작환경 조성을 위해 연극인이 직면한 문제와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 콜센터 개념의 ‘연극인 공감 120’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창작 활동을 둘러싼 적정한 대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한다. 공연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와 공론 과정을 통해 보상 체계에 대한 진단과 제도화 및 사업 제안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밖에 창작활동 과정의 차별·폭력 등 위계적인 문화 개선을 위한 현장 모니터링과 워크숍도 병행한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오늘의 사회를 연극적 언어로 풀어내는 전국 청년 연극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젠더 감수성을 고려한 예술 창작의 의의와 방법론을 모색하는 워크숍을 지역별로 진행할 계획이다. 연극계의 불규칙한 구인·구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플랫폼도 구축한다. 집행위는 전국 연극인 망을 활용한 연극인 일자리 매칭 앱을 운영해 구인·구직자간의 원활한 연결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연극사에서 배제됐던 작품을 조명하는 ‘언도큐멘타’ 사업도 눈길을 끈다. 관객소통 다변화 차원에서 진행되는 언도큐멘타는 1920년도부터 현재까지 한국 연극사에 기록되지 않은 작품 중 발췌된 장면들로 구성한 갈라 작품 공연이다. 연극의 역사화 과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한국 연극계의 위계를 성찰하고 미래를 위한 폭넓은 관점을 제시할 계획으로 10월 말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온라인 동시 중계)에 오른다. 비대면 콘텐츠로 젊은 연극인과 원로 연극인들이 펼치는 세대 공감 토크 ‘라떼토크’를 선보인다.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서고 연극 분야 내 일자리 확장을 목표로 연극 해설사(도슨트) 육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