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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자리 지킨 '의정부지'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

문화재청 발굴조사 통해 위치·규모 확인

몇 차례 재건에도 '3당 병립' 형태 유지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자리한 의정부지 발굴조사 당시 전경사진./사진제공=문화재청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자리한 의정부지 발굴조사 당시 전경사진./사진제공=문화재청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의정부지(議政府址)가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된다. 의정부는 국정을 총괄하는 최고의 행정기관으로 육조거리에 있던 관청 중 유일하게 500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문화재청은 의정부지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20일 밝혔다. 1398년(태조 7) 처음 설치된 의정부는 조선왕조 중앙 행정관청 가운데 최고위급인 정1품 관청으로 백관을 통솔하고, 국정을 총괄하는 최고의 행정기관의 역할을 했다. 지난 1997년부터는 서울시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공원)으로 사용해왔다. 14세기 말 궁궐 앞 동편에 조선시대 의정부의 전신인 도평의사사가 들어선 이래로 조선왕조 역사를 통틀어 본래의 자리를 지킨 유일한 관청이었다.

구한말 촬영된 의정부 중심 건물인 정본당의 모습./사진제공=문화재청구한말 촬영된 의정부 중심 건물인 정본당의 모습./사진제공=문화재청


의정부는 중앙에 지붕이 한 단 높은 중심 건물이 서고, 좌우에 건물이 나란히 배치되는 ‘3당 병립 형태’로 지어졌다. 정도전이 지은 ‘도평의사사청기’에 의하면 ‘고려 말의 도평의사사는 청사는 높고 큰 집이 중앙에 있고 날개 같은 집이 손을 모으듯 좌우에 있다’고 묘사돼 있다. 조선 초 의정부 청사는 이런 형태를 그대로 계승한 것으로 1865년(고종 2) 청사 건물을 다시 지을 때도 그 형태는 반복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6년부터 진행된 총 4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중심 전각인 정본당과 그 좌우 석획당, 협선당의 건물 위치와 규모를 확인했다. 후원의 연지(연못)와 정자, 우물 유구도 확인돼 조선시대 주요 관청의 건축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학술 가치가 뛰어난 유적으로 평가됐다. 발굴조사 과정에서는 1910년도 의정부지 정면에 자리했던 경기도청사 건물의 벽돌 기초가 남아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조선 시대의 의정부, 일제강점기의 경기도청사, 미군정, 그 후 정부청사 별관 등이 자리 잡았던 다양한 역사의 층위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문화재청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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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당시 총독부에서 내려다본 의정부 터./사진제공=문화재청1952년 당시 총독부에서 내려다본 의정부 터./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 관계자는 “의정부는 조선시대 백관을 통솔하고 정무 전반을 총괄하는 최고의 행정기관으로 그 위상에 맞춰 광화문 좌측 첫 번째 자리에 위치했다”며 “500년 동안 조선왕조의 최고 통치기구로서 그 역사성이 매우 높고, 학술조사를 통해 의정부의 주요 건물지 3동(정본당, 협선당, 석획당)과 근대건물지 등이 확인돼 원래의 장소적 가치도 확인되는 등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30일간의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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