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무부나 챙기라" 비판에 발끈한 추미애 "부동산 투전판 침묵이 직무유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월권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동산이 투전판처럼 돌아가는 경제를 보고 도박 광풍에 법무부 장관이 팔짱 끼고 있을 수 없듯 침묵한다면 도리어 직무유기”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이날 새벽 “저의 ‘금부분리 제안’을 듣보잡이라고 비판하지만, 벌써 하룻밤 사이 듣보잡이 실제 상황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며 “어느 사모펀드가 강남 아파트 46채를 사들였다. 다주택규제를 피하고 임대수익 뿐만 아니라 매각차익을 노리고 펀드가입자들끼리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사모펀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 사모펀드로 지난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이들이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삼성월드타워’를 통째로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건물은 11층 높이에 46가구가 사는 한 동짜리 아파트다. 1997년 지어졌으며 당초 개인이 아파트 전체를 소유하고 있다가 이지스자산운용에 매도했다. 매매가는 약 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를 통한 아파트 매입이 강화된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면서 시세 차익, 임대 수익도 누릴 수 있는 ‘우회 투자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를 두고 “금융과 부동산 분리를 지금 한다 해도 한발 늦는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자본시장법상의 사모펀드 투자대상에 주거용 아파트를 규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앞선 지난 19일에도 ‘금부분리’ 이론이 ‘듣보잡 이론’이라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지적에 “‘금부분리’는 당연히 경제학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라면서도 “그렇다고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제가 경제이론가는 아니니 준비된 완벽한 이론을 꺼낼 수는 없으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재차 자신의 견해를 강조했다.

관련기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청강연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 우리가 해야 할 것’ 시대정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청강연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 우리가 해야 할 것’ 시대정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전 시장은 추 장관이 지난 18일 ‘금부분리’를 주장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담보로 대출하는 것 금지하자? 아주 시장경제를 하지 말자고 하라”며 “부동산 문제를 세금과 금융규제, 수도권 공급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금부분리같은 엉뚱한 소리로 초점을 흐리지 말라”며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게 주택정책이란 투기적 수요와의 전쟁일 뿐인데, (이는) 참으로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이며 다분히 감정적”이라며 “진성준의원이 자인했듯이 그래서는 집값 절대 못 잡는다. 미래를 내다보고 국토 균형발전을 통해 지방을 살려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모든 국민을 위하는 길이며, 가장 바람직한 주택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도 추 장관의 최근 행보에 “집안일부터 챙기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추 장관이 야권의 비판에 “법무부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며 적극적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의사가 있다면 괜히 SNS에서 변죽을 울리지 말고 오는 월요일 아침에 거취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총체적 난국을 맞은 법무부 감당도 어려워 보이는데 업무 밖 외도를 하시니 국민은 더 불안하기만 하다”며 “지금은 다른 곳에 한눈팔 때가 아니다. 한눈팔지 말고 법무부나 챙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단도, 처방도 모두 실망스럽다”며 “추 장관은 집값 폭등의 원인이 과거 정부에서 고착화됐다며 또다시 책임을 전 정권에게 돌리고 ‘금부분리’라는 정체불명의 개념을 들고 해법이라고 제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추미애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추 장관의 ‘부동산 정책 훈수두기’를 맹비난했다. 그는 “국무위원으로서 발언은 제발 국무회의에 가서 하시라. 이 정권은 국무회의를 페북으로 하느냐”며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해제하려고 한다면, 국무회의에서 당당히 반대의사를 밝히시라. 그리고 그 고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과감히 직을 던지시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못할 거면 그냥 조용히 계시라”며 “지금 뭐 하자는 거냐. 부동산문제가 출마용 이슈에 불과하냐”고 덧붙였다.

조예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