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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영 젠더특보 보고 30분 전, 박원순 피해자 측 경찰에 "주요사건" 연락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고소장 접수 전인 8일 오후 2시28분경 이미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박 전 시장에게 “실수하신 것 있으시냐”고 대면 보고했던 시각보다 30분 빠른 시점이라 이때 경찰이 서울시에 관련 사실을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박 전 시장 관련한 질의가 쏟아졌다. 특히 경찰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기 전에 이미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권 의원은 이날 김 후보자에게 “고소인 변호인이 8일 오후 2시28분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담당 A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요 사건이다. 서울시의 높은 분이니까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해 달라’고 전화해 경찰이 최초로 인지했다. 알고 있나”고 물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저는 거기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

권 의원은 이어 “이후 3시에서 3시30분 사이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박 전 시장에게 ‘실수한 게 있느냐’고 물어봤다”며 “3시30분에는 A팀장이 다시 변호인에게 전화해 ‘진짜 고소장 낼 거냐’고 물어봤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권 의원 측이 피해자 변호인 측과 전화 통화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경찰이 고소장 제출 2시간 전에 고소 사실을 미리 알았고, 이후 30분 정도 지나 임 특보가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물었다. 경찰하고 서울시의 (고소 사실) 파악 시점이 거의 맞아떨어진다. 경찰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적이 없다. 경찰이 사건을 공식 접수한 건 오후 4시30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울경찰청은 “담당 팀장이 오후 2시28분쯤 피해자 측 변호인에게 전화 받은 사실은 맞다”면서도 “최초 통화에선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고, 고소장을 인계받는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임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당초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경찰은 고소장 접수 직후인 8일 오후 4시30분 박 전 시장의 피고 사실을 최초로 인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서울경찰청장과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순차적으로 해당 사실을 보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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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권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 측 변호인이 경찰에 최초로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을 전달한 것은 8일 오후 2시28분이다. 이후 3시경 임 특보가 박 전 시장에게 “실수하신 것이 있느냐”고 문의했고, 3시30분경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A팀장은 변호인에게 전화해 “진짜 고소장을 낼 거냐”고 물었다. 이후 4시30분경 피해자와 변호인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4시50분에서 5시20분 사이 민갑룡 경찰청장이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인지했다.

청와대 보고 과정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경찰의 기존 입장과 다른 답변을 했다. 권 의원이 “청와대에 오후 7시가 다 돼서 보고가 됐는데 왜 이렇게 늦었나. (경찰청장 보고 뒤) 내용을 정리해 보고하느라 그런 것이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관련 내용을 경찰청에 보고한 뒤 실무자가 간단하게 구두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가장 먼저 인지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가 21일 새벽 조사를 마친 후 서울 성북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가장 먼저 인지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가 21일 새벽 조사를 마친 후 서울 성북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보고 건을 놓고는 “정부조직법상 통상적 국가업무체계에 따라 보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발생 단계에서 보고하는 것으로 내부 규칙에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내부 규칙에 대해 정확하게 묻자 “외부기관 보고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규칙은 없다”면서도 “범죄수사규칙이나 치안상황실 운영규칙 등을 참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박 시장의 고소장 접수 사실은 당일인 8일 문자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문자는) ‘고소장이 접수됐다. 수사 착수할 계획’이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했다.

“앞으로 경찰에서 (수사기밀이) 유출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책임져야 한다”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현재까지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경찰에서 유출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경찰의 잘못이 있으면 상응하는 조치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성북경찰서는 20일 밤 9시20분쯤 임 특보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박 전 시장 고소 내용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임 특보는 변호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1명과 함께 경찰에 출석해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피해 형사 당직실로 곧장 들어갔으며, 21일 새벽 5시간 반가량의 경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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