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가 지난 2006년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당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와 함께 평양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옵티머스는 최근 ‘5,000억대 펀드 사기’ 사태에 휘말리면서 성장 과정에서 정관계 비호·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관련 펀드가 투자금을 모으기 이전인 2018년 초 경영권 분쟁으로 밀려났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번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이 전 대표는 2006년 6월2~5일 임 특보와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서 주관한 김일성종합대학 과학도서관 참관단 자격이었다. 실제 본지가 경문협에서 입수한 사진을 보면 평양 개선문 앞에서 임 특보와 이 전 대표 등 40여명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당시 임 특보는 경문협 이사장, 이 전 대표는 이사였다. 임 특보는 2005년 7월 경문협 이사장으로 부임했고 이 전 대표는 2006년 3월 총회에서 이사로 선출됐다. 통일뉴스의 2006년 3월9일 <“北 인기가요, 남측 유명 가수가 부른다”> 기사를 보면 경문협은 이날 이 전 대표 등 9명을 신임 이사로 선출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CJ자산운용 상무였다.
경문협 측은 이 전 대표가 당시 참관단으로 갔다 온 것은 맞는다고 확인했다. 경문협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평양 방문 때 관광객 출입금지 지역을 들어가는 등 곤란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 직후 이 전 대표는 경문협 활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가 비영리 공익법인에서 일하기에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나 경문협 측이 2006년 6월 말~7월께 이사 선임을 취소했다는 설명이다.
임 특보와 이 전 대표가 이처럼 오래전 인연을 맺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후 어떠한 관계를 이어왔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 전 대표는 2018년 3월22일부터 진행된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행사에 따라간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 전 대표는 현 대표인 김재현씨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나자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 등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자비로 따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시 검찰에서 12억원 횡령 고소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 전 대표의 출국을 누가 도와준 것 아니냐, 대통령 순방 행사장을 누군가 들여보내 준 것 아니냐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또 이 전 대표가 UAE에서 한양대 동문인 임 특보와 조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 사람은 한양대 86학번으로 이 전 대표는 경제학과, 임 특보는 무기재료공학과 출신이다. 야당에서는 이 전 대표의 ‘대통령 전용기 출국설’을 제기하며 출국 기록을 공개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일방적으로 고소당한 사건이어서 출국금지가 걸려 있지 않았고 순방 당시 교민 행사장은 자유롭게 드나드는 분위기였다는 입장이다. 또 임 특보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에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사회에서 알게 됐다”면서도 “연락하지 않은 지 7~8년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 유튜버 등이 주장하는 임 특보의 딸 유학비 지원설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시카고에 간 적도 없다”고 했다. 서울경제는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한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임 특보에게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연락처로 전화·문자를 했으나 답이 없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서울 서초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한 이력이 있다. 또 민주당에서 서울시당 청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12년 12월에는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 금융정책특보로 발탁되기도 됐다.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체류하며 김치 판매사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