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순신 관노 발언' 사과 요구한 후손에 당사자 "학계에서 나오는 말, 소송 환영"

네티즌 A씨가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남긴 댓글. /클리앙 게시판 캡쳐네티즌 A씨가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남긴 댓글. /클리앙 게시판 캡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이순신 장군이 관노와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다고 제사를 안 지내느냐’는 글을 게시해 논란을 일으킨 한 네티즌이 해당 발언을 사과하지 않으면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이순신 장군 후손들의 입장에 “소송이 있다면 환영한다”고 대응했다.

21일 네티즌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고발한다고 한다. 어떡하냐’는 다른 네티즌의 댓글에 “괜찮다”며 “회사하면서 소송은 많이 겪었고 이 해석 자체가 학계에서도 나오는 말”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있다면 저는 환영”이라며 “좀 제대로 제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작금의 상황이 삐뚤어진 연합뉴스 인용을 본질과는 상관없이 회자돼, 진짜 하고픈 말이 많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민주당을 공격하는 프레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민주당을 공격하는 프레임이 이전에는 반공, 지금은 젠더라고 생각한다”며 “젠더로 돌려만 놓으면 여기서조차 내분이 있어나고 내부에 총질하기 바쁘다”고 적었다.

논란이 된 A씨의 발언이 처음 나온 것은 박 전 시장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 11일이었다. A씨는 클리앙 게시판에 올라온 박 전 시장의 조문을 거부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비판 글에 댓글을 달아 “한 사람의 치열한 인생이 이렇게 도덕적 재단으로 날려가는 건가”라며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요?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요”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박 시장을 이순신 장군에, 비서를 ‘관아 소유의 노비(관노)’에 비유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 해당 비유가 마치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더욱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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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동상. /연합뉴스이순신 장군 동상. /연합뉴스


A씨는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13일 클리앙에 다시 글을 올려 “제 글은 가장 수치스런 부분을 그 사람의 공적을 허는 데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였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때에도 사과글에 백범 김구 선생을 언급하면서 ‘사과글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A씨는 정식 사과문을 재차 요청하는 다른 클리앙 회원의 요청에 “어떤 사과문을 원하시냐. 생각을 부정하는 건 어렵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에 이순신 장군의 후손인 덕수 이씨 대종회와 충무공파 종회는 전날 국회 소통관을 찾아 해당 글을 인터넷에 유포한 네티즌 A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종천 충구공파 종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충무공께서 모친상을 당한 상제의 몸으로 백의종군하러 가는 중에 여인과 잠자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난중일기의 ‘여진입, 여진삽’ 부분도 잠자리와 연관 짓는 것은 일본인의 오독을 답습한 잘못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 종회장은 이어 “왜 서울시장이 숨진 데 충무공을 갖다 대느냐. 후손으로서 기가 차고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고 분통이 터진다”며 “사과가 없으면 고발도 하겠다”고 노여움을 표현했다.

기자회견을 주선한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도 “어제(20일)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니 문중에서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수사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종친회에서 논의가 있겠지만 망언을 한 측에서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향 충남 아산 출신 의원이다.

앞서 이 의원은 A씨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을 당시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이명수 성명서’를 올리고 “1597년 4월 21일자에 ‘저녁에 여산의 관노의 집에서 잤다(夕宿于礪山官奴家)’는 문구도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이는 이순신 장군이 감옥에서 나온 후 모친상을 당하고 상중출사(喪中出仕)하여 백의종군하러 합천으로 가는 중에 해가 저물어 여산(익산시 여산면 소재) 관아의 남자종집[官奴家]에서 하룻밤 유숙한 것으로, 여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며 “관노(官奴)는 남자종을 의미하는 것이고 여자종은 비(婢)이며, ‘잘 숙(宿)’도 성관계를 의미하는 ‘동침’이 아니라 단순히 ‘숙박’을 의미한다는 게 권위 있는 전문 연구가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더 이상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이념 편향의 도구로 악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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