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시그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SPC설립 카드 주목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가시화에

인적분할 방안 현실성 낮다 지적

2009년 DIP홀딩스 해법에 관심




두산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거래 구조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해 사업회사만 매각하는 방안이 시장에서 거론됐으나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난 2009년 특수목적법인인 DIP홀딩스를 세워 유동성 위기를 넘겼던 방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조만간 잠재적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배포할 예정이다.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문제는 딜 구조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두산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이후부터 시장에서는 두산에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룹 지배구조 최하단에 있지만 실질적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두산밥캣(241560)만큼은 지키겠다는 두산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분할한 뒤 사업회사는 매각하고 투자회사는 두산중공업과 합병해 밥캣을 두산중공업의 직접 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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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분할방안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변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인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를 둘러싼 소송 문제다. 두산은 DICC와 관련해 IMM 프라이빗에쿼티(PE), 하나금융투자PE, 미래에셋자산운용 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주식매매대금 지급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 FI들은 두산밥캣 주식 약 829만주(8.2%)에 질권 설정을 해둔 상태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겨둔 상태로 만약 두산 측이 패소할 경우 밥캣 지분 소유권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FI 측의 한 관계자는 “두산밥캣에 대한 질권 설정이 돼 있는 상태에서 회사 분할 매각 결정을 내릴 경우 별도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두산중공업 지분율(36.27%)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완전 경영권 인수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두산이 인프라코어를 전체 매각하는 대신 FI로 구성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지분 일부를 넘기는 방식으로 투자금 유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은 지난 2009년에도 FI들과 손잡고 SPC인 DIP홀딩스를 설립한 뒤 여기에 한국항공우주(KAI) 지분과 3개 계열사를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이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할 경우 회사 분할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아도 돼 빠른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적분할 보다는 과정이 간단해 구조조정 전문 FI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이런 구조의 거래를 용인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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