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단독]'이해찬 경고'에도 또 당일 통보한 정부, 與 의원들 '분통'

6·17 대책 후 이해찬 “형식적 당정 말라” 했지만

與 기재위원들 ‘세제개편안’ 당정협의 당일 받아

비공개 30분 간 쟁점 160개 다뤄, ‘건당 12초’

“의원들 불만…기재위 심의 과정서 다시 따질것”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도자료를 뿌려놓고 당과 논의하는 형식적인 당정은 하지 말라”고 경고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정부가 당정협의 당일 의원들에게 ‘세법개정안’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부동산·주식 세제 개편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여당 패싱’에 불만을 터뜨렸다.

22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은 세법개정안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일방 통보’를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미리 당정 간 협의를 통해 국민들의 요청을 반영해야 하는 프로세스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당정협의가 사실상 30분가량 진행된다고 해서 기재위원들의 불만이 있었다”며 “30분 동안 뭘 하느냐”고 털어놓았다.


이날 당정협의는 한 주가량 전부터 예고됐지만 기재부는 세법개정안 자료를 당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 상세본’은 200쪽이 넘는데다 법안 쟁점만도 160개에 달한다. 쟁점 하나를 분석할 시간이 12초도 안 되는 셈이다. 이 의원은 “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 등에 대해 의견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는 데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있었다”며 “기재위 심의 과정에서 다시 따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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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론의 불만이 들끓고 있는 부동산세, 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한 당정의 견해차가 컸다는 점에서 여당 의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재부가 발표한 ‘금융세제개편안’에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여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정부 안에 증권거래세 세율 인하 스케줄만 나와 있고 폐지 언급이 없는 것이 상당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당의 총선 공약인 증권거래세 폐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이 대표는 정부의 ‘일방통보’에 대해 경고한 적이 있다. 지난 6일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정부가 미리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다음 당정협의를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협의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했다”며 “보도자료를 뿌려놓고 당과 논의하자는 식의 ‘형식적인 당정’은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정부가 지난달 ‘6·17부동산대책’을 발표하기 전 미리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당에 협의를 요청한 점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정협의 때도 의원들은 오전에 세법개정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오후에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게 보좌진들의 증언이다. 한 보좌진은 “과거 당정 자료가 의원들을 통해 언론으로 유출되는 상황이 많다 보니 이를 의식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민주당 기재위 위원들이 이같이 지적하자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당정협의가 끝난 후 기재부 공무원에게 “의원들에게 그런 욕구가 있는 것을 먼저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당정협의에 참석한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당정협의 전에 기재부와 기재위 위원들 간 사전 협의 정도는 하자는 얘기다. 시스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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