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부자증세를 꺼내며 ‘사회적 연대’를 논리로 내세웠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사람을 위해 부자가 사회적 책임을 더 져달라는 것이다. 국가가 힘들 때 여유 있는 사람이 지갑을 여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조세행정을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우리나라는 상위 10%가 세금의 78%를 부담한다. 반면 근로소득자의 38%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면세자 비율을 낮춰 세원을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조세저항을 우려해 세원 확대에 손을 대는 것조차 포기해왔다. 대신 저항이 덜한 부자와 대기업을 표적으로 삼는 편의주의로 일관했다. 이들에게 증세하면 서민이 박수를 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헬리콥터식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선심복지 정책도 모자라 이제 국민의 편을 가르는 징세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을 위해 신설한다는 ‘통합투자세액공제’는 생색내기에 그쳤다.
세금은 거위의 털을 뽑는 것과 같아 조금만 더 증세해도 국민의 엄청난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지속 가능한 세제의 틀을 갖춰나가야 한다. 나라 곳간이 텅 비어가는데 꼼수 증세만 계속할 수는 없다. 국회는 비틀어진 정부 법안을 새로운 구조로 다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