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꼼수 부자 증세는 국민 편 가르는 포퓰리즘

정부가 22일 내놓은 세법 개정안의 골자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이다. 핵심 타깃은 초고소득자들로 과세표준 10억원이 넘는 1만 6,000명의 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자 등에게 종전보다 3%포인트 높은 4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들이 낼 추가 세금은 9,000억원에 이른다. 종합부동산세율을 0.1~0.3%포인트 올려 부동산 보유자에게 세금폭탄을 터뜨리는 한편 고소득 월급쟁이에게는 번 돈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토하게 하는 셈이다. 연 5,000만원 이상 주식투자 이익을 본 사람에게 세금을 내게 한 것 역시 증권거래세 인하로 생기는 세수결손을 부자들의 지갑을 열어 채우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부자증세를 꺼내며 ‘사회적 연대’를 논리로 내세웠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사람을 위해 부자가 사회적 책임을 더 져달라는 것이다. 국가가 힘들 때 여유 있는 사람이 지갑을 여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조세행정을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우리나라는 상위 10%가 세금의 78%를 부담한다. 반면 근로소득자의 38%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면세자 비율을 낮춰 세원을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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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는 조세저항을 우려해 세원 확대에 손을 대는 것조차 포기해왔다. 대신 저항이 덜한 부자와 대기업을 표적으로 삼는 편의주의로 일관했다. 이들에게 증세하면 서민이 박수를 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헬리콥터식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선심복지 정책도 모자라 이제 국민의 편을 가르는 징세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을 위해 신설한다는 ‘통합투자세액공제’는 생색내기에 그쳤다.

세금은 거위의 털을 뽑는 것과 같아 조금만 더 증세해도 국민의 엄청난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지속 가능한 세제의 틀을 갖춰나가야 한다. 나라 곳간이 텅 비어가는데 꼼수 증세만 계속할 수는 없다. 국회는 비틀어진 정부 법안을 새로운 구조로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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