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NO재팬' 하고 싶어도…'배달의 명수' 日오토바이 타는 까닭

일본산 성능·가격서 국산 압도

배달용 125㏄급 점유율 80%




지난 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국내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달용 오토바이 시장에서는 ‘메이드 재팬’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No 재팬’ 바람이 배달용 오토바이 시장에서는 무풍에 가까운 셈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배달용 오토바이 시장도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메쉬코리아나 바로고와 같은 국내 주요 배달대행 스타트업의 라이더들이 증가하는 속도에 비례해 일본산 오토바이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25cc급 배달용 오토바이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분야라 상대적으로 혼다나 야마하 등과 같은 일본제품이 시장의 80%를 장악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산 오토바이 수입업체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가성비 등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한 대형 배달대행 스타트업 라이더팀장은 “배달 라이더들은 100% 혼다나 야마하 등 일본 제품만 찾는다”며 “성능 등 가성비를 따지면 국산 오토바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달 라이더는 “국산 오토바이는 2년만 타면 버려야 할 정도여서 중고 가격 자체가 없지만 일본 오토바이는 같은 기간을 써도 일정 금액을 받고 중고로 팔 수도 있어 초기 구입비용은 (국산에 비해) 비싸지만 라이더들은 일본산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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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메쉬코리아의 경우 올 3월 라이더 증가율이 전월 대비 36%나 늘어났다. 바로고 역시 같은 기간 55% 증가했다. 배달의민족 역시 지난 5월 월별 주문 증가율이 전월 대비 63%나 늘어났다. 라이더가 늘면 늘 수록 일본 오토바이 수요로 그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배달용 오토바이 시장에서 일본산이 불매 무풍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대림과 KR모터스 등 국산 오토바이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온라인 배달시장이 지금처럼 급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달용 오토바이 시장 역시 정체돼 왔기 때문에 국산 오토바이 업체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해 왔다. 대림오토바이와 KR모터스 등 국산 오토바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오토바이 시장은 연간 10만여대 수준으로 지난 해 대림과 KR모터스는 3만1,000여대 판매에 그쳤다.

온라인 배달 시장이 앞으로 더 급격히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본산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야마하의 배달용 오토바이 엔맥스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일본 오토바이 가격이나 리스비용이 꿈틀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 관계에 있는 국산 오토바이가 맥을 못추다 보니 일본산이 시장 독점을 통해 ‘갑’의 위치에 올라서고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대림오토바이는 사모투자펀드를 새주인으로 영입해 재기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대림오토바이를 인수해 기업간거래(B2B)용 렌탈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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