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2일(현지시간) 주한미군 감축 제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되지 않았다면서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문제 연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당장의 감축론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장기 표류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상황에 따라 주한미군 카드를 지렛대로 쓸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의 ‘미국의 대중(對中)정책’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병력 감축이 (한미) 동맹을 활력 있게 해줄 것이라고 보느냐 아니면 일정 정도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크리스 쿤스(민주·델라웨어) 상원의원의 질문을 받고 “우리가 그 동맹과 해야 하는 것은 방위비 분담과 우리가 어떻게 동맹에 예산을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앞으로 75년간의 동맹을 위한 지속가능한 토대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지역내 상당한 주둔이 동아시아 내 미국의 안보 이익을 강력하게 증진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조기 해결 필요성을 강조한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나 ‘선(先) 방위비 협상 타결’을 조건으로 하는 듯한 언급으로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문제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쿤스 의원이 지난 3월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거론하며 ‘당신도 이러한 관계부처간 논의에 참여해왔는가. 한반도에서 상당 규모의 미군을 빼는 것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하자 비건 부장관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전날 발언을 언급했다. 그는 “국방장관은 실제 어제 한국과 전세계 다른 지역내 병력 구조를 검토하고 살펴보는 활동에 대해 언급하며 공개 발언을 내놨다”며 “그는 동시에 대통령에게 어떠한 권고안을 내지도, 감축을 위한 특정한 제안을 제시하지도 않았음을 꽤 강조했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어 “전반적으로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동맹은 역내 우리의 전략적 이익을 굳건히 하는데 있어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중국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도전들과 관련하여 그렇다”고 밝혔다. 대북특별대표를 겸하고 있는 그는 “이는 대북 정책 관련 ‘두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내가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관여하는 동맹”이라며 지난 7∼9일 방한을 거론해 “이것은 2주 전 내가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의 카운터파트들과 논의할 기회가 있던 주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간에는 동맹을 다시 활기차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일치가 있다”며 “한미간 동맹의 목적은 지난 70년간 2,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북한에 맞서 한반도에서의 정전협정을 집행, 5,000만 인구와 100배의 경제를 가진 한국을 지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의 실제 발언은 비건 부장관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에스퍼 장관은 전날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화상 세미나에서 주한미군 철수 관련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전구(戰區·theater)에서 우리가 병력을 최적화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모든 사령부에서 조정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거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비건 부장관이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풀이하는 방식으로 감축안에 대한 대통령 보고 내지 제출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강조해 WSJ 보도를 사실상 부인하고 당장의 감축론 제기에 대한 파장을 진화하면서도 향후 주한미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음으로써 방위비 압박에 나선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