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의 ‘빚투(빚을 내서 주식 투자하는 현상)’ 급증으로 대출 자금이 소진된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신용공여를 중단하며 곳간 문을 걸어잠그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KB증권은 전날 장 마감 후 신용공여 중단 사실을 공지했다. 삼성증권은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신용거래융자(신용매수)와 증권 담보대출 서비스를 당분간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안내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신용공여의 총 합계액이 자기자본을 초과할 수 없다. KB증권 역시 홈페이지에 증권 담보대출을 중단한다고 안내했다. KB증권 측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신용공여(담보대출·신용융자) 한도 준수를 위해 주식·펀드·ELS 등 예탁증권 담보대출이 일시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같은 이유로 미래에셋대우가 증권 담보대출을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일시 중단했고 한국투자증권은 그보다 앞선 지난달 24일부터 계속 증권 담보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다른 증권사는 증권 담보대출 서비스만 중단했고 신용거래융자와 증권 담보대출 서비스를 함께 중단한 것은 삼성증권이 유일하다.
잇따른 증권사의 신용공여 중단의 원인은 최근 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빚투로 인한 자금 소진이다. 보통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60~70%대에서 운영해왔지만 최근 개인들의 빚투 증가로 주식투자 대출액이 빠르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25일 증시 급락으로 6조4,075억원까지 떨어졌던 신용융자 잔액은 최근 12일 연속 급증하며 이달 22일 13조7,67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예탁증권담보융자(증권담보대출)도 15조3,844억원에서 17조8,499억원으로 늘어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미래에셋대우의 신용융자 잔액은 4,958억원에서 1조1,473억원으로 급증했고 삼성증권 역시 4,049억원에서 8,28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의 신용융자 잔액도 각각 2,480억원, 3,029억원에서 6,559억원, 5,335억원으로 늘었다.
신용공여 역시 수익원인 만큼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위탁증거금률 상향, 신용융자 재원 다양화 등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 신용융자 재원을 유통융자 또는 자기융자 방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과한 빚투로 인한 피해 방지 차원에서 신용융자의 위탁증거금 조정에도 나섰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빚내서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확대로 신용융자가 전례 없이 늘며 대부분 증권사가 관련법상 한도까지 이른 상태”라며 “저마다 신용공여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