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042670) 중국법인(DICC)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두산(000150)인프라코어와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일제히 대법원에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양측 모두 DICC 소송이 두산그룹 자구안 이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투자금을 둘러싼 송사가 5년간 이어지면서 소송가액 역시 1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이번 소송이 마무리되면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ICC 소송의 원고인 IMM PE·미래에셋자산운용PE·하나금융투자PE 측 대리인(법무법인 세종)은 대법원에 ‘판결을 신속히 내려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이달 중순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두산그룹은 신속하게 3조원의 자구안을 이행해야 하지만 해당 사건의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며 “판결이 조속하게 나온다면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을 확정적으로 평가해 수월하게 자구안을 이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인 두산인프라코어 측 대리인(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기현) 역시 4일 뒤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냈다. 김앤장과 기현은 “해당 소송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가치 평가가 어려워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자구안을 추진하기 용이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용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적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양측 모두 동일한 의견을 제시하는 사례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자그마치 5년 동안 소송이 계속되자 일제히 판결을 서둘러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소송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그 시점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졌다.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또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매각자문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르면 이달 중 잠재 원매자를 대상으로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배포할 계획이다. 두산은 앞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 두산인프라코어를 연내 매각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DICC 소송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주관사가 공개 매각을 진행하는 모양새를 만들되 협상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해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송전은 지난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 지분 20%를 IMM PE 등 FI에 3,800억원에 매각했다. 3년 안에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DICC 지분의 80%까지 제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하는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을 FI에 부여했다. 하지만 IPO와 회사 매각이 모두 무산되자 FI들은 “두산그룹이 매각 절차에 협조하지 않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며 2015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두산, 2심은 FI가 승소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최종 패소하면 주식매매대금에 법정이자와 지연이자 등을 더한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