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준·오나라 주연의 ‘십시일반’이 지상파 수목극 1위를 차지하며 순항을 알렸다.
22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십시일반(극본 최경/연출 진창규)의 시청률이 1회 3.7%, 2회 3.9%(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3%대를 기록했다. 이는 동시간대 방송된 KBS2 ‘출사표’ 시청률 2.5%, 3.0%와JTBC ‘우리, 사랑했을까’의 시청률 2.048%(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을 앞선 수치다.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던 MBC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타 방송사들이 KBS2 ‘동백꽃 필 무렵’ JTBC ‘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스’, SBS ‘스토브리그’, ‘낭만닥터 김사부’, tvN ‘사랑의 불시착’ 등 히트작을 쏟아내는 사이에서 홀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꼰대인턴’이 구겨진 체면을 살려주긴 했으나 히트작 가뭄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MBC는 장르물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상대적으로 짧은 호흡의 추리극을 연속해서 편성했다. 지난 16일 종영한 4부작 ‘미쓰리는 알고 있다’에 이어 8부작 ‘십시일반’을 다음 주자로 내세웠다. 두 드라마 모두 검증받은 극본을 바탕으로 한다. ‘미쓰리는 살아있다’는 2019년 당선작, ‘십시일반’은 2018 MBC 극본공모전 최종 심사작이다.
그중에서도 ‘십시일반’은 MBC가 야심차게 내놓은 블랙코미디 추리극이다. 드라마는 유명 화가의 수백억 대 유산을 둘러싸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다. 화가의 저택 내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빠른 전개와 소름 돋는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흡인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첫 회는 수백억 대 자산가이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유명 화가 ‘유인호’(남문철 분)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가족과 주변인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생일파티 다음 날, 생각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언장 발표일을 앞둔 유인호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저택에 함께 있던 8명이 살인사건 용의자 선상에 올랐다.
8명의 용의자는 전 부인이자 현재 함께 사는 아내 지설영(김정영)과 과거 내연녀 김지혜(오나라), 유일한 화가의 혈육 유빛나(김혜준), 이부동생이자 사기 전과자 독고철(한수현), 독고철의 딸 독고선(김시은), 화가 친동생의 아들 유해준(최규진), 친구이자 매니저 문정욱(이윤희), 가사도우미 박 여사(남미정)이다. 방송 말미 유인호가 독극물에 의해 살해됐음이 밝혀지면서 극은 범인의 정체를 두고 마지막까지 시선을 집중시켰다.
‘십시일반’은 기존의 드라마 형식과는 다르다. 대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 8명의 인물이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설정을 갖췄다. 인물들은 경찰과 인터뷰 화면을 주시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하고,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듯한 독백 장면도 등장한다. 마냥 심각해 보이는 대사와 적재적소에 깨알 같은 웃음도 들어있다.
블랙코미디 추리극의 몰입도를 배가시키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9명의 캐릭터는 뚜렷한 개성만큼이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실제 연극무대에서 활약해온 배우 김정영, 남문철, 이윤희, 남미정은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실감나는 연기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신예 배우 최규진과 김시은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특히 김지혜를 연기하는 오나라는 밉상스러운 캐릭터를 밉지 않게 그려낸다. 의도치 않게 기혼녀 캐릭터만을 주로 맡아온 오나라는 지혜가 지닌 속물근성과 모성애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표현해냈다. 내연녀임에도 당당하게 행동하고, 화가의 전 부인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다. 딸 빛나를 위협에 빠뜨린 인물을 찾아 나설 때는 차가운 표정을 드리우기까지 한다.
장르적 개성이 뚜렷한 ‘십시일반’이 돈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을 치열하게 그려낼지, 예상외의 엉뚱한 반전으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들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유언장 공개를 하루 앞둔 전날 화가가 사망한 이유, 막대한 유산이 누구 앞으로 돌아갈 것인지가 남은 7회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