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금(金)·은(銀) 가격 상승 랠리에 올라타기 위해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금·은 상장지수펀드(ETF)를 발 빠르게 사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이른바 ‘원정 개미’ 사이에서 나타나는 미국 귀금속 ETF 매집 규모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순매수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SPDR GOLD TR GOLD SHS’ ETF(GLD)를 451억원(3,754만달러) 규모로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ETF는 금 현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총자산이 약 670억달러(약 80조원)에 이른다. 특히 이달 20~23일 나흘간 국내 투자자들은 이 ETF를 184억원(1,534만달러)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는 6월 한 달간 순매수한 201억원(1,680만달러) 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 기간 원정 개미들은 아마존(150억원), MS(136억원)보다 이 ETF를 더 많이 샀다. 이와 함께 또 다른 금 ETF인 ‘ISHARES COMEX GOLD TRUST’(IAU)도 173억원(1,441만달러)치를 사들였고, 은 ETF인 ‘ISHARES SILVER TRUST’(SLV) 역시 84억원(700만달러)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 같은 매수세에 힘입어 이들 ETF는 이달 들어 새롭게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금·은 ETF도 개미들의 순매수가 크게 늘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KODEX골드선물’을 13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고, ‘KODEX은선물’도 92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ETF 순매수 상위 9위와 12위에 해당하는 위치다. 지난달 개인 투자자들의 ‘KODEX골드선물’ 순매수는 약 3,000만원에 불과하고, ‘KODEX은선물’의 경우 92억원 규모로 순매도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귀금속 ETF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매한가지인 분위기다.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미국의 무료 주식투자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로빈트랙’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은 ETF인 SLV를 보유한 계좌는 5,542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개별 종목을 제외하면 ETF 중 보유계좌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품이다. 금 ETF인 GLD 보유도 3,561계좌가 증가했다.
금값과 은값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의 종가는 온스당 1,890달러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1.3%(24.90달러)가 뛰었다. 종가 기준 역사상 최고치였던 2011년 8월22일 1,891.90달러에 근접해진 수치다. 은값도 22일 23달러를 돌파하며 최근 7년 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높은 수요, 달러화 약세, 낮은 국채 수익률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최근 유럽연합(EU)이 7,500억유로 규모의 재정 정책을 내놓고 미국에서 추가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은 귀금속 투자 수요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런 이유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도 귀금속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씨티은행도 최근 ‘금값이 신고점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과 은은 향후 추가 급등보다는 강보합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