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텔 7나노 칩 출시 연기에…삼성 메모리 '뜻밖의 악재'

클라우드社, 서버용CPU 늦춰지면

함께 구동할 D램·낸드 구매도 미뤄

인텔發 지각변동에 업계 뒤숭숭




반도체 업계의 ‘절대강자’ 인텔이 7나노(10억분의1m) 공정 기반의 반도체 출시 시기를 6개월가량 늦춘다고 밝히며 반도체 업계가 뒤숭숭하다. 무엇보다 인텔이 글로벌 서버·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만큼 D램과 낸드플래시 1위인 삼성전자(005930)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업체들이 신형 CPU 출시에 맞춰 서버를 업그레이드하며 메모리반도체를 대량 구매하기 때문이다.

인텔은 23일(현지시간) 올 2·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7나노 기반의 반도체 (미티어 레이크) 출시 시기를 기존 대비 6개월가량 늦춘 오는 2022년 말 또는 2023년 초로 밝혔다. 인텔이 일반적으로 PC용 칩을 먼저 내놓고 1년 정도 뒤에 서버용 칩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서버용 CPU는 2023년 말에나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성이 중요한 서버용 칩 특성상 제작 난도가 높고 주요 클라우드 업체와 안정화 테스트 등을 오랜 기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텔은 10나노 기반의 PC용 CPU인 ‘타이거레이크’를 올 3·4분기에, 10나노 기반의 서버용 ‘아이스레이크’는 연내 출시한다고 밝혔지만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0% 이상 폭락하는 등 시장의 우려가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이 같은 늦은 기술고도화가 경쟁사인 AMD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AMD는 7나노급 CPU 설계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TSMC에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현재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바탕으로 5나노 기반의 반도체 양산이 가능하다. 반면 인텔은 외부 파운드리에 맡기지 않고 CPU를 전량 자체 생산한다. 인텔이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구조인데다 삼성전자나 TSMC 대비 파운드리 첨단공정에 대한 투자 여력이 많지 않아 AMD와의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AMD의 PC용 CPU 점유율은 올 1·4분기 기준 17%를 웃돌며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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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인텔의 부진은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반도체 사업자에는 악재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등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서버용 신형 CPU가 나올 때마다 이를 함께 구동할 D램과 낸드플래시 구매를 늘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인텔의 신형 CPU가 출시될 경우 메모리반도체 업체들로서는 수년 전의 ‘슈퍼 사이클’을 노릴 수도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000660)만 하더라도 올 2·4분기 D램 매출에서 서버용 D램 비중이 50%에 육박하며 언택트 수요 확대 덕을 톡톡히 봤다. 반면 인텔의 최첨단 CPU 출시 지연으로 삼성전자 등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향 D램 의존도를 늘리며 수익을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AMD가 인텔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대부분 업체는 여전히 전통의 강자 인텔 제품을 선호한다”며 “서버용 반도체 시장은 인텔이 이끌고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뒤를 받쳐주는 형태라는 점에서 인텔의 신제품 출시 지연은 AMD를 제외한 나머지 반도체 업체에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김기혁기자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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