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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인데 보청기 계속 기피…말 알아듣지 못할 수도

평균 수명이 늘고 노화·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난청을 호소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난청을 방치하면 청각상실까지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보청기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 소문, 보청기를 낀 자신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의식, 비싼 가격, 착용시 불편함 등을 이유로 착용률은 여전히 미미하다.

청각이 저하되거나 상실된 난청은 일반적으로 선천성 난청과 후천성 난청으로 나뉜다. 선천성 난청은 유전이나 출생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등으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난청이다. 아기가 생후 3개월이 지나도 옹알이를 하지 않거나 커다란 소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 선천성 난청을 의심해볼 수 있다.




김영호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청력이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귀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보라매병원김영호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청력이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귀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보라매병원



후천성 난청은 이관염·비인두염·내이염·중이염 등 다양한 이비인후과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며 노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은 보통 50대 이후에 나타난다.

갑작스런 이명과 귀 충만감, 현기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돌발성 난청(30데시벨 이상의 청력손실이 3일 이내에 발생)일 가능성이 높다. 조기 진단·치료가 필수적이므로 즉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게 좋다. 바이러스 감염 또는 주변 소음,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뚜렷한 발생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기적으로 상태 점검, 청력에 맞게 조절해야

청력검사에서 난청으로 최종 진단된 환자 중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로 호전 가능한 경우 외에는 주변의 소리를 증폭시켜 손실된 청력을 보조하는 보청기를 처방한다. 청력검사를 통해 환자 각각의 주파수별 청력에 맞춰 소리를 증폭할 범위를 결정하고, 다른 사람의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단어를 이용한 어음청력검사도 한다. 보청기를 이용한 청각재활은 소리를 듣는 것에 더해 말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청력검사에서 전혀 들리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완전 청각상실(전농)의 경우에는 보청기 사용이 무의미하다.



보청기는 제작 전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해 환자 본인이 착용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귓속 입구를 구성하는 연골이 뻣뻣해지는데 귀에 삽입하는 형태의 보청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귀 안이 아프거나 증폭된 소리가 밖으로 새는 경우도 있으므로 보청기 제작 상담시 자신의 귓속 상태를 미리 진단받는 게 좋다.


보청기는 환자의 귓구멍(외이도) 형태를 본 떠 알맞은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하거나 연성 플러그를 이용해 귀에 편하게 걸고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보청기 착용 후 외부 소리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수주 일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착용 초기에는 집 내부 같은 비교적 조용한 환경에서 사용하며 보청기 출력을 추가로 조절해 자신의 청력에 최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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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청기가 가벼워지고 착용감이 개선되면서 사용 초기에 고령의 난청환자 등이 집 밖에서 이를 떨어뜨리고도 인지하지 못해 분실하는 일이 잦아졌다. 따라서 초기에는 실내에서 사용하며 보청기 착용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보청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주기적으로 이비인후과에서 보청기 상태와 착용 시 청력을 확인해 본인의 청력 상태에 최적화되도록 조절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도 보청기 소리가 익숙해지지 않거나 배터리가 충분한데도 사용 중 보청기의 효과가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전문의로부터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가족관계·사회생활과 우울 예방에도 도움

평균 수명 증가로 노화에 의한 노인성 난청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볼륨을 한껏 높인 상태로 장시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게임 등을 하는 습관 때문에 소음성 난청 인구도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청기 착용률은 난청인구 증가율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게 현실이다. 신체 중 가장 민감한 부위 중 하나인 귀에 기구를 착용하는데 따른 불편감, 비싼 가격, 겉으로 노출되는 착용 형태에 대한 거부감, 보청기 사용자나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정보전달 등 다양한 이유로 보청기 착용을 미루거나 중단하는 난청 환자가 많아서다.

진료 때 청력검사 결과를 설명하며 보청기 착용을 권유하면 거부감을 갖거나 착용을 망설이는 환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난청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보청기 착용률의 증가는 더디기만 하다.

그러나 보청기 착용을 미루고 난청을 방치하면 청력은 보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빠진다. 난청이 진행될수록 청각신경과 연결된 대뇌 청각피질의 언어감별능력도 감소해 언어를 구분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처방을 통해 사용하는 보청기는 소리를 좀 더 듣게 되는 이득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와 사회생활을 개선하고 우울·불안 등 사회심리적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보청기 사용이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진행을 억제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호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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