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300억여원을 들여 제주도 연수원 건립 사업을 강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연수원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시교육청은 이미 서울 방배동에 연수원을 보유하고 있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 연수원 건립기금 설치·운용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기존에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연수원 건립기금 존속기한을 오는 2025년까지 연장하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2015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교류·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제주평화힐링연수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연수원 건립에는 약 337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문제는 시교육청이 조례를 개정하면서까지 추진하는 연수원 설립을 교육부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제주도 연수원 신설에 불가 의견을 내놓았다. 현행 교육체제에서는 시·도교육청이 100억원 이상 학교·교육시설 등을 신설하려면 교육부 중투위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시교육청은 불필요한 사업에 사용되는 예산 낭비를 막으라는 중투위 권고를 따르지 않고 조례안을 개정하면서까지 연수원 설립을 고집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제주도 연수원 설립 추진 이유로 교사들의 사기진작을 거론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권침해 등 다양한 문제로 피로도가 심한 선생님들을 지원하는 전문시설로 제주도 연수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조례안 개정 후 연수원 설립에 대해 교육부에 다시 심사받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힐링’이라는 용어가 중투위 위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 같다”며 “재심사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교육청의 연수원 설립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예산이 빠듯해진 상황 속에서 추진되는 것이어서 교육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도교육청 예산은 내국세 등을 기본으로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바탕으로 하는데, 올해 교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세수부진 탓에 지난해에 비해 무려 7조원가량 줄어든 53조 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도 줄어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게다가 시교육청이 이미 서초구 방배동에 연수원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337억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 휴양지인 제주도에 또 다른 연수원을 짓는 것에 대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감들이 각시도교육청이 보유한 연수원을 공유하는 업무협약도 맺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정 낭비라는 외부의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중투위 재심사 신청 때 관련 예산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